[우리학교 새뚝이] 서울개봉중학교 신동훈 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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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학생과 교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일기장 - .

"방과 후 1반과 8반의 농구시합이 벌어졌다. 부탁을 받고 심판을 보던 중 판정에 항의하는 일이 생겼다. 파울인데 아니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때려줄까 생각하다 참았다. " (3월 17일 김봉환)

"심판을 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줘야 한다. 심판에게 중요한 건 '인내' 란다. 잘 참았다. " (담임 신동훈)

서울구로구 개봉중 3학년 6반에는 학생들이 매일 돌아가며 쓴 뒤 담임 신동훈 (申東勳.42) 교사가 한켠에 일일이 소감을 적는 '모둠 일기장' 이 있다.

학생 38명과 교사가 '모두 함께' 참여해 만드는 공개 일기장이다.

지난 91년 3월부터 申교사가 학생들과 8년간 써온 이 일기장은 어떤 내용을 써도 나중에 꼬투리잡지 않는 '치외법권' 지대다.

지난해엔 담배를 끊고 싶다는 한 학생의 고민이 일기에 적혀 있어 반 전체 학생들과 申교사가 학교나 학부모에게 이를 누설 (?) 하지 않았다.

나아가 이 학생이 담배를 끊도록 도움을 주었다.

글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잘 알다보니 '왕따' '가출' 등의 문제는 이 반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상훈 (14) 군은 "일기 형식으로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같은 반 친구들의 고민을 알 수 있어 서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고 말했다.

학기 초엔 비밀을 감추는 형식적인 일기로 시작하지만 한 학기가 끝나면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게 申교사의 설명. 그동안 한달 분량의 일기가 모이면 학급 신문, 한 학기 분량은 문집으로 각각 편집돼 왔다.

申교사는 "아이들의 눈물과 웃음, 좌절과 희망이 배어나는 일기를 통해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게 됐다" 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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