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없는 광고가 폭넓은 공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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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광고는 기본적으로 '설득' 이다. 어떤 표현과 제작기법이 동원되든 간에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더 많이 알리고 파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문제는 어떤 설득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냐는 것. 광고인들이 영원히 안고 있는 숙제다. 이와 관련, 최근 CF중엔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광고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제품에 대해 과장된 설명을 늘어놓거나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갈수록 영악해지는 시청자들로부터 "과연 믿을 수 있는 거야" 라는 핀잔 어린 반응을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특별히 연출하지 않고, 해당 상품의 특장점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한솔교육 '신기한 한글나라' (대홍기획) 는 실제 어린 회원들의 사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세살짜리 여자아이가 바닥에 신문을 펴 놓고 읽고 있다.

한 문장을 다 읽고 나서 뭔가 모르는 것이 있는지 부엌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크게 외친다. "엄마! 청와대가 어디죠?" 한솔교육의 효과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다. 모델로 출연한 35개월짜리 김문주 어린이는 어린 회원 중 50여명을 일단 '수배' 해 카메라 테스트를 거친 뒤 가장 자연스럽게 연기해 낙점됐다.

실제 촬영진들도 어린 문주가 너무나 능숙하게 신문을 읽어내는 바람에 모두 깜짝 놀랐으며 촬영시간도 다른 광고의 절반 정도인 6~7시간만에 간단히 끝났다는 후문.

탤런트 원미경이 출연하는 BYC 내의광고 (MBC애드컴) 는 부부간에 일상적으로 '있을 만한' 상황을 기초로 했다.

실제로 출장이 잦은 남편 (MBC 이창순 PD) 을 위해 원미경이 짐을 챙기면서 속옷을 뒤적이다 한순간 남편의 '외도' 를 의심한다는 것이 바로 그 내용. 그 순간 남편이 재촉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자, '믿으니까' 라는 멘트와 함께 의심을 떨쳐버린다는 내용. 10년 넘게 살아온 남편과 역시 10여년 (87년 출시) 이상 꾸준한 인기를 얻어온 BYC내의의 신뢰성을 짜깁기해 보여주겠다는 것이 광고의 의도다.

MBC애드컴 최승일 카피라이터는 "최근 컴퓨터 그래픽.해외촬영 등 누가 봐도 제작비가 많이 드는 화려한 광고의 홍수 속에서 바로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내용으로 승부를 걸었다" 고 밝혔다.

이밖에도 자신의 탤런트 김희애가 자신의 육아체험을 바탕으로 분유를 추천하는 매일유업의 '맘마큐 광고' (애드벤처) 나 중년 부인들이 수다를 떠는 중에 친구에게 투자조건을 이야기하는 김혜자의 제일투자신탁 광고 (리앤드 파트너스) 등도 소비자들의 일상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나가고 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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