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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장영주 바이올린 독주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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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파도치는 바다에 뱃고동이 울리면 놀란 갈매기떼가 하늘로 날아간다.

항도 (港都) 인천 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연주회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은 퍽 인상적이다.

24일 이곳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사라장)가 전국 순회 독주회 '대장정' 의 첫발을 내딛었다.

6년만에 갖는 내한 독주회다.

이날 공연은 '사춘기의 터널' 을 무사히 통과해낸 신동 소녀가 거장의 대열에 합류했음을 고국팬들에게 알리는 성년식 (成年式) 이나 다름 없었다.

무대에 들어서는 모습에서부터 의젓하고 자신감 넘치는 '거장의 풍모' 도 깃들어 있었다.

무대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았고 간혹 깊은 사색에 잠기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동안 오케스트라 협연 무대에서 짧은 시간때문에 항상 느껴야 했던 아쉬움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풍족한 레퍼토리와 앙코르로 청중의 허기를 달래주었다.

이날 음악회의 '서곡' 은 최근 EMI레이블로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편집음반 '달콤한 슬픔 (Sweet Sorrow)' 의 타이틀곡인 비탈리의 '샤콘' .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 이라는 별명으로 낭만주의 계열의 바로크 음악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곡을, 오케스트라가 아닌 피아노 반주의 정갈한 해석으로 들려주었다.

하지만 워밍업이 덜된 탓인지 군데군데 난조를 보인 부분도 눈에 띄었고 다소 불안한 음정도 노출됐다.

이날 공연의 백미 (白眉) 는 후반부에 연주된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2번 D장조' .현대적 감각과 낭만적인 선율로 다채롭게 수놓아진 이 작품에서 유연한 해석과 탄탄한 기교로 손색없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음악이 손끝의 기교에서 머물지 않고 객석 구석구석까지 미치는 감동의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전반부에서 연주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소나타 Eb장조' 는 워낙 대편성의 협주곡을 방불케하는 장대한 악상이 지배적인 곡이긴 했지만, 과장된 몸짓과 표현이 섬세한 음악의 흐름에 방해가 된 것 같다.

눈부시게 빛나는 '보석같은 순간' 들이 잘 엮어지지 않았던게 옥의 티였다.

피아니스트 찰스 아브라모빅은 바이올린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지나치게 음량을 줄여 음악을 리드해가는 맛이 덜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의 전국 순회공연은 27일 전주 삼성문화회관, 28일 부산 문화회관, 30일 대구 시민회관, 4월1일 서울 예술의전당 (앙코르 공연) , 2일 대전 엑스포아트홀로 계속된다.

인천 =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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