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이건창 '아산 이충무공 묘를 지나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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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원수 (元帥) 의 위국충정 온 세상이 다 아니

이곳에 와 묘비문을 거듭 읽어봅니다

저녁에 서풍불어 솔바람 소리 차갑더니

한산도 왜적 칠 때 그 소리와 같습니다

- 이건창 (李建昌.1852~98) '아산 이충무공 묘를 지나며'

아지랑이 시절이다.

이런 때 서해안 아산쯤에 다녀오노라면 아지랑이 가슴 속에 실컷 담겨 일렁이리라. 구한말 김태영.황현과 함께 3대 시인이던 이건창은 그의 할아버지가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과 싸우다 전사했다.

15세에 별시 (別試) 급제한 뒤 벼슬살이도 했지만 그보다는 강화학파의 원조로 이름이 난다.

고종으로부터 해주 관찰사로 발령받자 그것을 거절하고 선유도로 귀양갔다 돌아온다.

그의 양명학은 뒷날 정인보에게 이어지는데 여기 애국시 한 편이 있다.

충무공 예찬으로 기울어진 국운을 비춘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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