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바둑] 마샤오춘-이창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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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이창호의 대실수… 대마 함몰 위기

제2보 (17~36) =나중에 마샤오춘9단이 고백한 얘기 한 토막. 전보 흑▲의 신수는 사실은 중국 기사들끼리 비밀리에 연구해둔 수였다고 한다.

그런데 자기들만 안다고 믿었던 이 수를 이창호9단이 돌연 들고 나오자 馬9단은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놀랐다는 것. 텔레파시였을까. 부동심의 이창호.

그러나 마샤오춘과 격전을 치르면서 그의 마음에도 스산하게 바람이 불고 물결이 출렁이며 일어나고 있었다. 흑17도 표범의 발톱처럼 살벌하게 굴복을 요구하고 있다.

백이 '참고도' 처럼 이어준다면 흑2로 안정해 6까지 된다. 흑▲ 두 점은 버릴 계획이기에 백1로 잇게 한 것은 상당한 수확.

마샤오춘은 당연히 18로 반발했고 그리하여 바둑은 전혀 딴 길로 가버렸다 (한 두집 사이에서 바둑은 이렇게 전혀 딴 지도를 그린다!).

19로 '가' 에 젖히면 백도 '나' 로 버텨 전쟁 개시. 단순히 19로 막으면 평화. 갈기를 세우던 李9단이 여기서는 본연의 기다림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17과 19의 작전변경이 심적 동요를 가져왔을까. 돌부처 이창호도 이 언저리에서 크게 흔들리고 만다.

21보다 단순히 23이 경쾌하다. 25는 대실수. 만사를 제쳐놓고 우하 어딘가를 지켜야했다. 26에 덤벼들어 흑 위기. 27은 기세이나 28, 30의 공격이 추상같아 괴롭기 한이 없다.

馬9단은 34로 끊더니 36으로 일거에 포위해왔다. 일망타진의 기세다. 지금 25를 보면 얼마나 멀고 한가한가. 조심성 많은 李9단의 수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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