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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신인문학상] 중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 시 703명, 단편소설 791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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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중앙신인문학상 예심 심사위원들이 3일 응모작들을 검토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성원·권여선·하성란, 뒷줄 왼쪽부터 홍용희·정영훈·문태준씨. 심사위원들은 "시·소설 응모작들의 수준이 예년에 비해 향상됐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하반기 최대의 문인 등용문인 2009년 제10회 중앙신인문학상이 3일 예심을 마쳤다. 시 부문 703명, 단편소설 부문 791명, 평론 부문에 28명이 각각 응모했다. 예비 문인들이 중앙신인문학상에 품은 뜨거운 열기를 다시 한 번 실감케 했다. 시 응모자 한 명이 최소 응모작 규정인 5편씩을 썼을 경우 전체 1500명이 4500편 가까운 작품을 보내온 것이다.

하지만 심사 진행 담당자들이 체감하는 ‘등단 열기’는 수치로 어림잡은 응모 열기 이상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한 응모자는 자신의 작품이 제대로 도착했는지를 확인하는 국제전화를 수 차례 걸어왔다. 한 시 응모자는 잘못된 시어(詩語) 하나를 바로잡아야겠다며 작품을 교체할 수 있는지 물어왔다. 시 부문 예심 심사를 한 시인 문태준씨는 “내가 심사한 응모자들은 1994년생 중학생부터 36년생 노익장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한 37년생 응모자는 어머니가 보고 싶어 울었다는 내용의 ‘사모곡’ 시를 보내왔다”며 “시의 수준, 등단 가능성 등을 떠나 시로부터 위로를 받고 시 쓰는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상당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시심(詩心)의 자연스러운 표출을 통한 내면의 고양. 중앙신인문학상이 일종의 문학축제로 문학청년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신인문학상이라는 등단 제도의 의의는 단순한 문인 배출이 아닌 문학의 저변 확대인지도 모른다.

중앙신인문학상은 본지가 1966년 시작한 신춘문예를 2000년에 현행 8월로 시기를 조정해 운영해오고 있다. 소설가 오정희·박범신, 시인 김명인·황지우, 평론가 김치수·권영민 등 빼어난 문인들이 중앙신인부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올해 예심 심사는 시는 문태준 시인과 평론가 홍용희, 소설은 소설가 권여선·하성란·박성원씨와 평론가 정영훈, 평론은 홍용희·정영훈씨가 했다. 다음은 올 부문별 응모작 평가다.

◆시=홍용희씨는 “응모자의 주류를 이루는 20∼30대의 작품들이 예전만큼 어렵지 않다”고 평했다. 홍씨는 이런 현상이 19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에 태어난 20∼30대의 사회적 경험과 관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어려서 IMF로 인한 아버지의 실직을 경험하고 자신이 사회에 뛰어들 즈음 취업난과 맞닥뜨린 이들 주력군이 시 쓰는 데 있어서도 보다 현실적이 된 것 같다”는 것이다. 흔히 ‘미래파’로 지칭되는 2000년대 초반의 난해한 시보다 실존적이고 사회적인 내용들이 시 속에 많이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홍씨는 이런 경향을 ‘감각적 상상력’이라고 표현했다. 문태준씨 역시 “맥락 없이 난해하기만 한 시들이 확실히 준 것 같다”고 했다. 문씨는 특히 “예심을 통과한 11명의 응모작들이 하나같이 우수해 본심 심사위원들이 고생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소설=예년에 비해 양·질 모두 튼실해졌다는 평가다. 박성원씨는 “어디 내놔도 당선될 만한 작품이 5~6편”이라며 “특히 일부 작품은 서사가 기억날 정도로 선명했다”고 칭찬했다. 응모자의 연령대가 넓어진 점도 특징이다. 하성란씨는 “중학교 2학년생부터 82세까지 도전했다”며 “그러나 10대들은 인터넷 등의 간접경험에서 소재를 가져오는 한계가 있어 본심에 올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평론가 정영훈씨는 “60년대 초반생들이 경제난 등을 소재로 쓴 작품들이 많았다”며 “두 차례의 경제위기를 겪은 40대들이 할 말이 많은 듯 했다”고 풀이했다. 권여선씨는 “젊은 응모자들은 환상적 요소를 넣는 등 요즘 유행을 좇아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전반적으로 작품들이 안정되어 있었으나 신인다운 새로운 시도는 많지 않아 아쉬웠다”고 평했다.

◆평론=응모작이 많지 않아 문학이 침체될 경우 평론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홍용희). 정영훈씨는 “평자 자신의 독법이 들어가야 할 부분에 외국 이론을 소개하고 만 작품들이 더러 있었다”며 “자기 목소리가 아쉽다”고 했다.

중앙신인문학상 본심은 이달 중순에 열린다. 당선자에게는 개별 통보되고 본지 창간 기념일인 9월 22일 즈음에 지상에 발표한다. 중앙신인문학상은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LG그룹이 후원한다.

신준봉·이경희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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