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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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월례 (月例) 간담회 계획에 따른 이날의 첫 간담회는 모든 국정 현안.현상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이 즉답 (卽答) 을 하는 형식으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金대통령은 내각제.개각 등 주요 정치현안은 물론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법 등도 소개했다.

金대통령은 모두 (冒頭) 발언을 통해 "금년 하반기까지 실업자를 1백50만명으로 줄인 뒤 내년까지는 1백30만명으로 줄일 계획" 이라고 밝혔다.

경기 (景氣) 와 관련해서는 "아랫목의 온기가 서서히 올라와 중간까지 갔으며 윗목까지 따뜻해 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와의 회담에서 합의한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큰정치를 한다' 는 의미는.

"여당은 흔히 권력.금력으로 정치를 해왔고 야당은 극한 투쟁으로 대항해 왔다. 이제 그런 것에서 벗어나 국가적 차원에서 구체적 정책을 가지고 토론을 벌여 시시비비를 가리고 국정을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

- 김종필 (金鍾泌) 총리와 선거구제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나. 국민회의 당론인 소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에 융통성이 있는가.

"金총리와 선거구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

국민회의의 정책은 소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다.

그러나 그 취지가 지역정당을 없애고 전국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외에 전국정당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안이 있으면 얘기할 수 있다는 자세다. 중대선거구제를 결정한 바는 없다. "

- 여야총재회담에서 '李총재와 인간적 관계를 토론했고 만족한다' 고 했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그동안 서로 비난만 하고 극단으로 치달았던 자세를 버리고 국가적 차원에서 협력하고 정책대결을 벌이자는 것이었다.

대통령으로서 야당총재를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야당도 협력을 하면 그것이 인간적 신뢰를 갖게 된다는 의미다. "

- 빅딜이 지연되는 것 같다. 빅딜이 국민부담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을지.

"정부는 어느 어느 기업이 합치라고 한 적이 없다. 구체적인 것은 전경련이 한 것이다. 사후정산이 늦어지고 있는데 대해서는 국내 또는 해외 전문평가기관에 맡겨 정산을 하면 될 것이다. 정부가 어디를 봐주고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외국의 지원이나 투자가 후퇴한다. 회사도 정부도 투명해야 한다. "

- 실업이 큰 문제인데 노조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노조와 기업문제는 일률적으로 얘기하기 힘들고 기업의 영업성적에 따라 쌍방이 협상해야 한다. 노조가 합법적으로 집회.시위.쟁의를 하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노조는 반드시 법을 지켜야 하고 폭력을 써서는 안된다.

정부는 엄정한 중립입장에서 정당한 권리를 존중할 것이다. 국경이 없는 WTO체제 아래서는 기업이 먼저 국제시장에서 성공해야 하고 국가가 도울 길은 없다. 노든 사든 기업을 살리고 고통도 이익도 분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

-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은.

"현재로선 정상회담의 전망이 없다. 서두르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포용정책으로 한반도 냉전을 종식시키는 것이다. 나의 최고목표는 한반도의 전쟁을 막는 것이다. 덮어놓고 막는 게 아니고 감히 도발을 못하도록 강력한 안보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며 그것을 기초로 햇볕정책을 하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부정적 면에 대해서는 강력한 경고를 주고 대비를 하며 긍정적 면에 대해서는 상응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그래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포괄적 협상을 해야 한다. 앞으로 1년간 북한은 여러 가지 많은 긍정적 변화를 보여줄 것이다. "

- 대통령이 겸임하고 있는 국민회의 총재직을 분리할 생각은 없는지.

"전당대회까지 날짜가 남아 있다. 여론도 수렴해야 한다.

전당대회 임박해서 생각할 문제다. "

- 스트레스 해소법은.

"속상하고 어려운 일은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가져와 단시간 내에 결론을 내버린다. 어려운 문제를 오래 끄는 것은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그리고 좋은 일을 많이 생각한다. 내가 건강하구나, 대통령이 됐구나,가족이 화평하구나, 심지어 나를 잘생겼다고 한다는 것 등을 생각하면 열개가 넘는다. 유리한 여건을 생각하는 것이다. "

- 대통령의 인사를 보면 사람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력 확충 방안은.

"법무비서관실에 예비 리스트가 있다. 내 자신이 알아보기도 하면서 충원을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국무위원을 자주 바꾸는 것은 안좋다고 생각한다 얘기가 나온 김에 한마디 하겠다. 어업협정.연금문제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좋은데 정도에 알맞게 해야 한다. 국정의 총체적 난맥은 아니다. 외교.국방.경제도 세계로부터 칭찬을 듣고 있다. 하나 나쁜 것을 열이 나쁘다고 하면 반발이 생기고 부작용이 나타나는 법이다. 언론이 공정하게 비판해주길 바란다.

"

- 인사에서 특정지역 출신이 30%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꼭 그런 얘기를 한 적은 없지만 지금 특정지역 출신이 30% 넘는 일은 거의 없다. 지역별 출신을 체크하면서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다.

은행의 임원을 보면 서울.경기가 30%를 약간 넘고 영남 25%선, 호남.충청도 각 20%선 등 비교적 인재가 고르게 등용되고 있다. "

- 개인적으로 만나 조언을 듣는 사람이 있나.

"개인적으로 만나는 분들이 있다. "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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