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파트 관리비리를 막자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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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파트 관리비 비리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경찰이 아파트 관리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자마자 제보가 쏟아지는 바람에 2개월로 예정했던 특별수사기간을 무기한 연장키로 했다는 것이다.

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도 이에 관한 상담이 한달에 20~30건에 이르고 있다고 하니 그동안 아파트 주민들의 속앓이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만하다.

지금까지 수사 결과 전국의 아파트 가구당 적게는 2만~3만원에서부터 많게는 9만~12만원까지 매월 아파트 관리비를 '도둑맞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경찰의 수사 대상 아파트마다 비리가 드러나지 않은 곳이 없어 경찰관이 오히려 놀랄 정도였다는 것이다.

아파트 관리 비리는 청구서 과다조작, 공사 수주 대가 금품, 공금 (관리비) 횡령, 백지 세금계산서 작성 등 수법도 다양하다.

특히 공사 입찰.오물 수거비.시설보수비.청소나 소독 용역비 등 금품이 오가는 항목마다 부정이 드러난 것은 아파트 관리 비리가 얼마나 일반화됐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국의 주택 가운데 아파트 보급률은 85년까지만 해도 13.5%에 불과했으나 95년에는 37.5%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고 지금은 훨씬 더 높을 것이 틀림없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아파트 거주자수가 단독주택을 앞지른 지 오래다.

아파트 관리비 비리는 썩지 않은 곳이 없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기도 하지만 주거 형태의 급격한 변화에 비해 주민의 집단주거 문화나 자치의식이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파트 관리 부정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입주자의 철저한 감시가 중요하다.

1천6백80가구의 경기도수원시구운동 삼환아파트가 지난해 입주자대표회의의 정직한 운영으로 10개월간 4억2천만원,가구당 25만원씩 관리비를 줄인 예가 산 증거다.

입주자 대표가 봉사하는 자세로 감독을 철저히 하고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가 많고 이웃과 소원하게 지내기 십상인 입주민의 특성이 아파트 관리 비리를 성행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아파트 관리 비리는 바로 서민생활 침해사범이다.

3백가구 이상 아파트는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받게 돼 있고 관할 구청은 아파트관리사무소의 장부와 시설 등을 검사할 수 있도록 법령에 규정돼 있지만 사문화 (死文化) 된 지 오래다.

그러므로 경.검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사회 비리척결 차원에서 이를 지속적으로 감시단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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