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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앞두고 도시 재정비, 세계 3대 도시 꿈꾼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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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호 20면

중국 경제의 기관차 상하이가 재탄생하고 있다. 17년간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자랑하던 상하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휘청거렸다. 성장률이 지난해엔 9.7%, 올 상반기엔 5.6%(전국 평균 7.1%)로 뚝 떨어졌다. 일각에선 “상하이 발전 모델은 끝났다”(중국 신문주간 8월 3일자)고 말한다. 관(官) 주도로 투자를 늘려 수출에만 매달리는 대외의존형 방식으론 지속적인 발전을 꾀할 수 없다는 비판론이다.

다시 도약하는 상하이

그러나 상하이는 상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자본주의 도시’다. 마오쩌둥 시대의 광풍 속에서도 상하이표 손목시계, 금성(金星)표 TV, 영구(永久)표 자전거, 회력(回力)표 자전거 같은 유명 브랜드를 낳았다. 상하이인의 DNA에는 실리문화의 유전자가 각인돼 있다. 중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 가장 빠른 철도가 자리 잡은 이유다.

상하이는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南巡) 강화를 계기로 광저우·선전보다 뒤떨어진 경제력을 끌어올렸다. 푸둥(浦東) 개발이라는 빅카드를 활용한 것이었다. 장쩌민·주룽지·우방궈 같은 걸출한 지도자와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시장과 기술을 맞바꾸는 과감한 개발전략이 맞아떨어졌다. 상하이의 1인당 소득은 90년 1000달러, 지난해 1만 달러의 벽(1만529달러)을 뛰어넘었다. 이제 2만 달러가 눈앞이다.

상하이의 재도약 방안은 무엇일까. 상하이는 ‘원저우(溫州) 모델’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민간기업의 창발성과 시장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방식이다. 위기감은 2006년부터 상하이에서 철수한 민간기업이 7000개를 웃돌면서 촉발됐다. 홍콩·서울과 맞먹는 비싼 생활비와 복잡한 행정 규제, 민간기업의 경쟁력을 해치는 국유기업에 대한 특혜 때문이다. 상하이·홍콩·베이징에서 일해 본 중견기업인은 “상사 주재원의 경우 4인 기준으로 생활비가 2만 위안(약 280만원)을 웃돈다. 자녀 학비와 주택비용이 홍콩·서울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국적기업과 금융회사들은 베이징으로, 제조업체들은 난징·우시·항저우 같은 주변 도시로 떠나간다.

위정성(兪正聲) 상하이 당 서기는 2007년 취임 이후 세 차례나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류융하오 신희망(新希望) 회장 등 유명 기업인들을 초청해 상하이 재도약 방안을 물었다. “상하이는 왜 마윈 회장을 붙잡지 못했는가.” 알리바바 본사를 항저우에 뺏긴 데 대한 자기반성을 담고 있다.

내년에 치를 엑스포(세계박람회)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베이징이 올림픽을 활용한 것처럼 엑스포를 계기로 건설시장을 부양하고 도시를 리모델링하려는 것이다. 상하이는 92년부터 9년간 1350만㎡의 시가지를 재개발했다. 이어 2001년부터 700만㎡를 리모델링했고, 엑스포를 계기로 다시 1000만㎡가량을 재정비했다. 토지 부족과 부동산 가격 상승을 해결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

상하이 지도부가 진짜 기대를 거는 분야는 금융업이다. 2020년까지 국제금융도시로 재탄생하겠다는 것이다. 덩샤오핑은 91년 봄 상하이를 방문해 “금융은 현대 경제의 핵심이다. 금융을 잘하면 바둑 한 수를 잘 둬 판세를 살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시 정부는 지난해 금융업 성장률이 15%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상하이에 있는 금융회사 숫자는 현재 689곳(외국계 165곳 포함). 아직은 홍콩·싱가포르·도쿄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방 도시의 한계도 배제할 수 없다. 관치경제인 중국에서 각종 인허가권은 베이징의 중앙정부에 있다. 더욱이 정부가 금리·환율과 금융 전반을 통제하는 현실에서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하기 어렵다. 하지만 상하이는 증권거래소를 시작으로 주식·채권·외환·상품·파생금융상품 등을 거래하는 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땅과 바다, 하늘을 연결하는 물류산업도 각광받는다. 상하이 항구들은 지난해 5억8200만t의 화물을 소화해 4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항공 분야에선 홍차오·푸둥 공항을 합쳐 연 45만1000대의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 상하이는 198개 도시(중국 111개 도시 포함)를 연결하는 항공 운송의 요충지다. 상하이의 서비스업 비중은 지난해 53.7%를 기록했다. 제조업(45.5%)보다 더 높다.

그래서 홍콩·싱가포르는 늘 상하이를 경계한다. 특히 상하이와 가까운 홍콩은 민감하다. 홍콩문회보는 “상하이를 국제금융·항운 허브로 키우겠다는 것은 국가 차원의 전략”이라며 “중국의 경제력과 인민폐(人民幣)의 국제화 등을 감안할 때 상하이는 언젠가 홍콩을 뛰어넘을 것”(5월 10일)이라고 지적했다.

상하이는 첨단 제조업과 금융·무역·물류를 망라하는 세계 3대 도시를 꿈꾸고 있다. 뉴욕·런던이 벤치마킹 대상이다. 하지만 이는 상하이가 발전의 패러다임을 양(量)에서 질(質)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꿀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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