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타결 주변국 반응] 일본.중국.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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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미 협상 타결소식이 전해지자 관련국들은 17일 일제히 환영의사를 밝히며 회담 이후의 남북한 및 북.미관계 진전방향에 대해 관심을 표시했다.

◇ 일본 = 고무라 마사히코 (高村正彦) 외상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이 핵시설 의혹을 받고 있는 금창리를 수차례 방문하도록 미국에 허용키로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 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및 일본과 더불어 끈질긴 협상을 벌여 타결지은 미국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면서 이번 타결로 북.일 관계개선이 쉬워질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은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말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취해온 국교정상화 협상과 식량지원 중단 등 제재 해제를 포함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중국 = 중국은 협상타결을 크게 반기는 모습이다. 반응은 대략 세가지로 나오고 있다.

첫째는 부담 하나를 덜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 의혹과 관련, 영향력을 행사하라는 주변국들의 압력을 받아온 게 사실. 그러나 중.북한 관계가 예전같지 못한 데다 정보수집도 여의치 않아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번 타결로 이같은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홀가분함이다.

두번째는 중국의 신경을 건드려온 미국 주도하의 전역 (戰域) 미사일방위 (TMD) 체제 구축에 반격을 가할 기회를 잡았다는 점이다.

미.일 등은 TMD구축 필요성의 하나로 북한의 핵위협을 들고 나왔었다.

중국측 관계자는 "이제 미국 대표단이 직접 북한을 방문, 핵의혹 시설을 사찰하는 길이 열린 마당에 미.일이 서둘러 TMD구축을 추진할 명분이 없다" 고 주장했다.

세번째로 이번 핵사찰이 궁극적으로 중국의 대 (對) 한반도 정책의 큰 줄기를 이루는 한반도의 비핵화 노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란 점에서 무척 고무적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 미국 = 상하 양원의 일부 공화당 의원과 군사 전문가들은 협상타결을 일단 환영하면서도 이번 합의가 국제협약 이행에 대가를 지불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벤저민 길먼 (공화.뉴욕)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지하시설 사찰에 관한 미.북 합의를 지지하지만 이러한 전례가 다른 '깡패 국가' 들로 하여금 미국에 국제협약의 이행 대가를 요구하도록 고무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고 말했다.

상원내 지한파 (知韓派) 인 프랭크 머코스키 (공화.알래스카) 의원은 1차 사찰이 5월에야 이뤄짐을 지적하며 "미국은 증거가 사라진 '텅빈 구멍' 을 방문하는 일을 반복하게 될 것" 이라고 꼬집었다.

또 워싱턴의 비확산정책교육센터의 헨리 소콜스키 소장은 미국이 북한에 50만t의 곡물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납세자들이 연간 1억6천5백만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제조에 사용가능한 우라늄 농축기술을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진 데다 거의 1년에 걸쳐 금창리 지하시설을 '청소' 한 지금 미국이 이번 협상타결로 무엇을 얻을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워싱턴.베이징.도쿄 = 김종수.유상철.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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