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바둑] 마샤오춘-이창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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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어둠속도 꿰뚫어 보는 컴퓨터 계가

제8보 (192~231) =백◎ 6점을 잡았으나 그 여파로 중앙에 백집이 부풀었다. 게다가 192로 밀고 들어오는 수가 커 종반 계산은 혼미해졌다.

193에 응수하자 마샤오춘은 194를 선수한 뒤 196으로 다가왔는데 이 수가 사금파리처럼 날카로워 검토실은 또 한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208까지 중앙이 토실토실해졌다.

이제 누가 유리한 것일까. 여러 사람이 초조하게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계산서는 끝내 나오지 않는다.

"흑이 반집은 이긴다" 는 유창혁9단, 그러다가 잠시 후 어디선가 들려오는 "모르겠다" 는 한숨소리…. 갑자기 마샤오춘이란 인물이 크게 다가온다. 포석부터 시작해 백은 계속 당해왔다. 결정타를 놓쳤고, 손해를 봤으며, 소탐대실을 했으며….

그런데 왜 마샤오춘은 쓰러지지 않고 아직도 계산은 이토록 미세한 것일까. 209부터 215까지 차단하자 216으로 산다. 이 수순을 보고 검토실은 전보에 미리 두어진 흑와 백의 교환에 가슴을 친다.

이 수를 보류해두었더라면 '참고도' 백1로 살 때 흑2까지 붙일 수 있었고 이것과 실전과는 두집 차이. 이 '두집' 만 있다면 근심걱정이 없을텐데 아쉽기 짝이 없다고 한다.

이같은 혼란과 초읽기 속에서도 오직 한 사람, 이창호9단만은 어둠 속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마치 공상과학의 얘기처럼 우주의 망망한 어둠을 응시하며 미세한 먼지까지도 놓치지 않고 헤아려 이미 1집 반이란 계산서를 뽑아놓고 있었던 것이다.

李9단은 침착하게 끝내기를 이어가 307수만에 1집 반을 이겼다. 231수 이하는 총보로 미룬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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