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세근특파원 방콕 2信]홍순경씨 송환 '고개숙인 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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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태국주재 북한 대사관은 13일 오후 홍순경 (61.전 태국주재 북한대사관 과학기술참사관) 씨 피랍.탈출사건과 관련, "태국정부가 이번 사건에 관계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북한대사관 직원 12명의 명단을 빠른 시일내에 통보하겠다" 고 태국 외무부에 통보했다.

북한측은 이어 태국정부의 '즉각적인 공식 사과와 원명씨 석방요구' 에 대해서도 "이미 본국에 태국정부의 입장을 전달했으며 현재 훈령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 라고 밝히고 "주말 (13, 14일) 이 끼어 있는 탓에 훈령전달이 늦어지고 있다" 고 덧붙였다.

이는 홍씨의 인도를 요구했던 지금까지의 입장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어서 이번 사건의 조기수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북한측이 돌연 '낮은 포복' 으로 돌아선 것은 태국정부의 태도가 전례없이 완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곳 외교가의 분석이다.

태국정부는 나날이 북한측에 대한 압력수위를 높여왔다.

여차하면 외교관계 단절도 불사할 태세다.

한편 홍씨와 매일 접촉하는 태국 이민국의 한 관리는 14일 "아들 원명군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는 홍씨의 생각은 여전하다" 고 말하고 "그러나 원명군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경우 홍씨는 미국을 최우선 망명지로 선택했다" 고 전했다.

이 관리는 "홍씨는 캐나다.호주를 제2, 제3의 망명 희망지로 꼽고 있다" 면서 "한국은 이들 세나라가 모두 망명을 거절할 경우 몸을 의탁할 최후의 카드로 남겨놓고 있다" 고 설명했다.

관측통들은 홍씨가 한국행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북한측이 원명군의 신병을 인도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점치고 있다.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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