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MS윈도98 횡포"컴퓨터상인들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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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방적인 가격 횡포에 더 이상 못 참겠다" "다른 나라에 비해 값이 비싸다는 일부 주장은 터무니 없다". 원도98의 가격을 둘러싼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 (MS) 사와 국내 컴퓨터 조립판매 업체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급기야는 국내 업체들이 집단행동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 용산전자단지 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부산 가야컴퓨터도매상가상우회 등 전국의 16개 컴퓨터 상인단체는 "오는 24일 오후 2시부터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 등 5개 도시에서 매장 철시 (撤市) 와 함께 4천여명이 참여하는 궐기대회를 가질 계획" 이라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16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방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조합측은 오는 17일까지 전국의 각 점포 상인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MS의 횡포' 에 항의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PC통신인 하이텔 동호회 등 일부 소비자들이 MS사의 독점적 지위를 지적하며 소프트웨어 값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 적은 종종 있었으나 상인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기는 처음이다.

원도98은 컴퓨터 작동 기본 프로그램으로 전세계 PC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왜 이러나 = 상인들의 주장은 "MS사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 원도98의 값을 너무 비싸게 받고 있다" 는 것. 지난해 환율이 달러당 1천9백원대일 때 값을 15만4천원 (소비자가 21만5천원) 선에 책정했는데, 현재는 환율이 1천2백원대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같은 값을 받고 있다는 것.

조합 윤준호 (尹俊鎬.45)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MS사 관계자들과 수차 공식 접촉을 갖고 시정을 요구했으나 반응이 없어 집단행동에 들어가게 됐다" 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시민단체와 연계해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확산시킬 계획"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MS사는 소비자에 대한 정품사용 계몽이나 홍보활동보다는 변호사와 아르바이트생 정보원을 동원한 함정 단속으로 취약한 조립업체 등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 컴퓨터 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윈도98을 장착하지 않은 채 하드웨어만을 파는 이른바 '깡통PC' 를 파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또 현재 인터넷을 통해 무료 배포되고 있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리눅스' 등을 적극 사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 MS사 입장 = 한국MS 관계자는 "제품 값은 미국 본사에서 결정하는 것이라 내역을 공개할 수는 없다" 면서 "다만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대만이나 중국에 파는 것보다 한국에서 비싸게 판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고 반박했다.

또 불법복제 행위에 대해 함정단속을 했다는 상인들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고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 상인들과 가격인하 문제 등을 협상중" 이라고 밝혔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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