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남미] 1. 의사 출신 팔로치 재무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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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팔로치(45) 재무장관. 2002년 대선 때는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으며 룰라 정권의 최고 실세로 자타가 인정하는 인물. 룰라 정권의 '우향우'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사령관이다. 거시정책뿐 아니라 IT산업 육성 쪽에도 관심이 깊다.

-어떻게 의사 출신이 재무장관을 하나.

"인체 시스템이 경제시스템보다도 훨씬 더 정교하게 짜여 있다. 경제의 병을 찾아 고치는 일이나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일이나 원리는 같지 않겠나."

-노조 지도자 출신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노동자에게 인기를 끌기 힘든 긴축정책을 펴고 있는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으론 근본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고통스럽지만 막대한 재정적자를 줄이고, 외국에 대한 채무상환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래서 연금제의 개혁이나 긴축 재정은 불가피한 것들이다. 물론 반발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해해줄 것이다."

-경제적으로야 옳은 말이지만 정치적으로 룰라 대통령이 견뎌낼 수 있겠나.

"그렇지 않다. 국가 경영이든 월급쟁이든 수입에 맞춰 살림을 꾸려야 한다. 빚이 많으면 지출을 줄여야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신용을 유지해야 한다. 그동안 경제학자들이 주장한 다양한 정책이 브라질에서 시도됐고, 우리는 쓰라린 실패의 경험을 갖고 있다. 이제 많은 국민이 그런 과거의 경험을 통해 재정과 물가안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브라질 역사에서 긴축재정.인플레 억제.외채상환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이룬 적이 없는데 우리는 지금 거의 그 목표에 도달해 있다. 경제도 회복세를 보이는 등 정책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이 앞으로 세계적 경제대국이 된다는 브릭스 리포트에 대해선 어찌 생각하나.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다. 농업은 향후 10년 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게 되고 산업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다. 다만 경제 대국이 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브라질인의 손에 달려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가 처한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상파울루.브라질리아.리우데자네이루=이장규 경제전문 대기자,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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