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선, 사상 첫 결선 진출 쾌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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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하면 곧 개강인데 얼굴에 고글 자국이 남아 걱정이네요."

수영에서 '메달보다 값진 7위'를 차지한 남유선(19.서울대 체육교육과 1학년)의 소감은 이랬다.

여자 개인혼영 4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처음 8명이 오르는 올림픽 결선에 올라 7위를 한 그는 시종 웃음 띤 얼굴로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남유선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오전 아테네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예선에서 4분45초16으로 한국기록을 2초58이나 앞당기며 조 3위, 전체 순위 8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한국 수영의 숙원이던 올림픽 결선 진출을 마침내 해낸 것이다. 남유선은 오후에 열린 결선에서 예선보다는 뒤진 4분50초35로 골인했다. 우승은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야나 클로츠코바(우크라이나.4분34초83)가 차지했다.

1964년 도쿄 올림픽 때 한국 수영사상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은 대표팀 김봉조 감독은 "기적이 일어났다. 수영에서 결선에 진출한 것은 다른 종목에서 메달을 딴 것보다 더 값지다"면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메달도 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곱상한 얼굴에 가냘픈 체격(168㎝.52㎏)의 남유선은 "예선에서 그렇게 좋은 기록을 낼 줄은 몰랐다"며 "다만 결선에서 많은 관중을 의식한 탓에 좋은 기록을 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수영이 올림픽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2000년 시드니대회에서 구효진(여자 평영 200m)이 거둔 11위였다.

"평영은 자신 있지만 자유형과 배영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한 남유선은"우리나라에는 야외수영장이 없어 올해 사이판에서 한달간 전지훈련을 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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