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평당원들 당사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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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광복절인 15일 서울 영등포의 열린우리당 중앙당사는 평당원들이 '접수'했다. 기간당원 자격을 완화하려는 당 지도부의 방침에 반대해온 평당원들은 이날 당사 앞마당에 천막을 치고 '당헌.당규 개악 저지 전국당원대회'를 열었다.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매달 2000원씩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사람에게만 기간당원 자격이 주어진다. 그런데 그걸 고쳐 당원 교육만 받아도 기간당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당 지도부의 생각이다.

이 문제로 평당원이 시위를 하는 등 당 지도부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일종의 당내 권력다툼이라고 할 수 있다. 기간당원 요건이 향후 당 의장과 당의 차기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것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기간당원 요건이 완화돼 새로운 기간당원이 대거 생겨나면 기존 열성당원의 영향력이 줄어들 게 분명하다. 이들 당원과 가까운 비주류 의원들의 입지도 축소된다.

반면 현행대로 가면 당권파가 불리하다. 내년 초 전당대회에서 신기남 당 의장 등이 당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서로 양보하지 않은 채 힘 대결을 하는 형국이다. 이 문제는 이달 중 소집될 당 중앙위원회(최고 의결기관)에서 표결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여권 내 위상이 강화됨에 따라 김근태 복지부 장관과 가까운 중앙위원들이 당권파를 견제하기 위해 비주류와 연대를 시도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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