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촉촉히(?) 젖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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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서 가슴속이 촉촉히 젖어오는 것을 느꼈다” “장윤정의 애절한 목소리가 관객의 마음을 촉촉히 달래줬다”처럼 ‘물기가 있어 조금 젖은 듯하다’를 뜻하는 ‘촉촉하다’의 부사어를 ‘촉촉히’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촉촉이’가 바른 말이다.

부사화 접미사 ‘이’와 ‘히’의 표기는 ①첩어 명사 뒤(틈틈이·간간이), ②ㅅ받침 뒤(버젓이·깨끗이), ③ㅂ불규칙용언의 어간 뒤(너그러이·가까이), ④부사 뒤(더욱이·곰곰이)에서는 ‘이’로 적는것이 원칙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ㄱ’받침 다음에 ‘-하다’가 결합할 때다. 이때는 규칙성이 없어 ‘-이’로 쓰이기도 하고 ‘-히’로 사용되기도 한다. ‘촉촉이·깊숙이·끔찍이·나직이’ 등은 ‘-이’로 쓰인다. 그와 달리 ‘가득히·솔직히·똑똑히·엄격히’ 등은 ‘-히’로 사용된다. 문법적으로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외울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히’를 붙여 쓰는 경향이 강하므로 ‘이’가 붙는 것 중에서 특히 헷갈리는 ‘촉촉이·깊숙이·끔찍이·나직이’ 등을 외워 두면 된다.

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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