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찡그리는 통증 간단한 시술로 '말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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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천억달러의 비용, 5억1천만 회의 결근일수, 4천만 번의 의사방문' 최근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가 해마다 미국인들이 통증으로 치르는 경제적 손실을 분석한 결과다.

그만큼 통증은 사람들로 하여금 병원을 찾게하는 가장 흔한 이유이기도 하다.

통증치료의 기본은 아스피린 같은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는 것. 이들 약품엔 통증을 가라앉혀주는 진통 (鎭痛)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염증을 줄이는 소염 (消炎) 과 열을 내리는 해열 (解熱) 작용까지 있다.

감기몸살로 인한 근육통이나 관절염, 두통 등 가벼운 통증엔 진통소염제만으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근육이 갑자기 뭉쳐 생긴 근육통이라면 진통소염제만으로 역부족이다.

자고 일어나보니 목이 뻣뻣하거나 아파 고개를 가누지 못한다든지 갑자기 허리를 삔 경우가 대표적 사례. 특정 동작이나 자세로 관절 주위의 근육이 과도하게 뭉치기 때문이다.

진통제를 복용해도 일주일 이상 고생하는 경우가 대부분. 따라서 통증유발점을 찾아내 없애주는 것이 가장 좋다.

통증유발점이란 근육이 과도하게 뭉쳐 손가락으로 특정부위를 누를 때 유난히 아픈 부위. 이곳에 국소마취제를 주사하거나 전기침을 찔러넣은 뒤 전류를 흘려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

마포마취과 전용석 (全鎔錫) 원장은 "시술이 간단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반면 효과가 빨라 시술 직후 눈에 띄게 통증이 가라앉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고 설명했다.

단순히 근육이 뭉친 것이 아니고 고질화된 만성통증엔 신경차단술이 효과적이다.

신경차단술이란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 부위에 직접 약물을 주사해 신경내 통증신호 전달경로를 차단하는 방법. 특히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하진 않지만 약물복용이나 물리치료를 받아도 허리가 아픈 디스크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물론 신경차단술을 받는다고 해서 튀어나온 디스크가 다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신경차단술이 단순히 통증만 가라앉히는 일시적인 미봉책은 아니다.

서울대병원 마취과 이상철 (李相哲) 교수는 "신경차단술은 눌린 신경 주위의 염증과 부기를 가라앉히는 치료효과까지 지닌다" 고 설명했다.

말기암이나 삼차신경통.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 등 극심한 통증엔 신경파괴술을 쓸 수 있다.

신경차단술이 신경을 일시적으로 마취시키는 치료법이라면 신경파괴술은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 자체를 약물로 파괴하는 극단적 치료법. 의료진이 최후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통증치료의 한계는 원인질환 자체를 해결하진 못한다는 것. 따라서 두통이나 복통 등 흔히 겪는 통증의 경우 함부로 통증치료를 해선 안된다.

통증을 잠시 없애려다 종양 등 위중한 질환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통이나 근육통 등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는 경우 통증치료는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李교수는 "현재 머리에서 발끝까지 부위와 원인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 며 "통증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 무조건 참는 것은 옳지 않다" 고 강조했다.

현재 마취과의사를 주축으로 전국적으로 1백30개 통증관리전문 병.의원이 개설돼 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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