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아름다운 여인과 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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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북리뷰 표지 그림 화끈하지요. 프랑스 루이 15세 시절에 궁정화가를 지낸 프랑수아 부셰(1703~1770)가 1752년에 그린 ‘쉬고 있는 소녀’의 부분도입니다. 아름다운 여체에 눈길을 빼앗긴 독자가 많을 듯합니다. 『왕의 정부』의 저자 엘리노어 허먼에 따르면, 그림 속의 주인공은 루이 15세의 공식 정부였던 마담 드 퐁파두르가 손수 골라 왕에게 ‘바친’ 소녀 루이즈 오머피랍니다. 이제 막 목욕을 끝내고 왕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머릿속에 그 소녀의 이미지만 남은 독자라면 표지로 다시 돌아가 한번 더 그림을 살펴보십시오. 왼쪽 아래 쪽에 자그마한 책이 펼쳐져 있습니다. 설마 ‘성경’은 아니겠지요. 그리고 『왕의 정부』를 들춰보면 이 그림 맞은편에 마담 드 퐁파두르의 초상화가 실려 있는데 그 그림에도 주인공의 손에는 역시 책이 들려 있습니다. 그 시절만 해도 교양인으로 통하려면 책은 필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매체의 종류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이 많이 늘어난 지금에야 어찌 지식 습득을 책에만 의존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책에 대한 대접이 너무 형편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젊은이들을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그들의 입에서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이 아무 스스럼없이 나오는 게 사실입니다. 게임이든 뭐든 한 분야만 잘 하면 ‘신지식인’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몰고간 사회 분위기 탓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CEO에 대한 젊은 세대의 동경은 특별한 것으로 압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국내 CEO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자료에는 그들이 한달에 평균 두세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CEO들도 한달에 1000여쪽을 읽는답니다. 하루에 30쪽 이상을 읽는다는 말이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루 30쪽, 어떻습니까. 침대 머리맡에 아니면 소파 옆 탁자에 책을 한 권 펼쳐놓으시지요.

정명진 기자 Book Review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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