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정부혁신] 상. 경제부처 역할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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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2차 정부조직 개편의 윤곽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복된 업무는 한곳으로 모으고 민간과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해 '작은 정부' 를 구현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와 개혁 방향이 어느 쪽으로 가는 게 바람직한지 세차례에 걸쳐 정부조직의 개편방향을 진단해본다.

"3공 (共) 때부터 활성화돼온 경제장관회의가 부총리제 도입 이후에는 회의가 열려도 좀처럼 토론이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부총리 의도대로 결론이 나도록 돼 있기 때문에 토론할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

경제정책을 총괄하면서도 환란을 방어하지 못했다는 원망을 듣고 있는 옛 재정경제원 중심의 경제정책 조정기능에 대한 전.현직 장관들의 지적이다.

물론 현재 재정경제부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대장성이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으며 세제.금융.예산 등 경제정책의 3대 요소가 한곳에 집중돼 있어야 실질적인 경제정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환란 직후 이뤄진 지난해 1차 정부조직 개편은 경제부총리로 대표되는 옛 재경원의 위상과 기능을 대폭 약화.축소시키는 한편, 경제 비상시기라는 점을 감안해 대통령이 경제대책조정회의 의장을 맡아 직접 경제를 챙기는 모습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같은 구도는 부처간 조율 미비에 따른 정책혼선과 함께 자칫 모든 책임을 대통령이 져야 하는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경영진단위원회는 이런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으로 경제대책조정회의를 폐지하고 재경부장관이 의장을 맡는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제도화하기로 했다.

대통령은 그대신 헌법상에는 있지만 구성되지 않은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면서 경제조정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재경부가 총괄을 원하는 예산.금융기능은 기획예산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에 분산시켜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이 무게를 얻고 있다.

우선 예산은 기획예산위가 앞으로도 산적한 개혁작업을 추진하기 위한 '수단' 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예산청을 기획예산위에 붙여 몰아주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다.

금융감독 기능은 일단 법령 제정권을 제외한 모든 권한의 금감위 이관이 확정적이다.

물론 재경부에서는 이처럼 예산.금융에다 공정위로 이관이 검토되고 있는 소비자보호 업무까지 떼어낼 경우 명목상의 수장 (首長)에 그칠 뿐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단이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의 조정이 관심사다.

사실 따지고 보면 분산과 집중이란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는 '선택' 의 문제다.

재경부가 과거 공룡부처로서 경제정책을 독단했다는 비판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제도적으로 경제정책의 수장으로서 임무를 맡기고 주요한 정책수단을 제거하는 것이 과연 온당하냐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이와 대조적으로 산업자원부.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는 통합해 산업기술부로 개편하는 방안이 부각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복에 의한 비효율화를 막자는 이유에서다.

해마다 이들 3개 부가 제각각 연구.기술개발에 나섬으로써 생기는 중복투자가 1조원에 이른다는 추산이고 보면 통합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어 보인다.

문제는 이들 부간에 중복된 업무도 분명히 있지만 나름대로 필요한 독자적 기능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조직이 통합된다 하더라도 이런 기능과 조직을 어떻게 살려나가느냐가 매우 중요한 과제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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