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조선후기 채제공 '만폭동'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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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가마로는 감히 높은 언덕 못올라

자세히 굽어보니 신 (神) 인듯 두렵도다

하늘은 둥근 기세로 큰 웅덩이 뚫고

산은 뭇 폭포 성난 수레에 움직이도다

맑은 바위 낮에 구름과 서리로 씻기우고

늪은 용을 봄에 우레 비로 몸을 서리우도다

두 벼랑 어여쁜 꽃들은 누가 심으랴

아마도 네 신선이 바람수레를 매려고 심은 것이리

- 조선후기 채제공 (蔡濟恭) '만폭동' 전문

장차 영조시대 영의정까지 올랐으나 그가 최북.천수경.김천택, 그리고 막내둥이 김홍도랑 금강산에 올라 이 시를 지을 때는 도승지였다.

회양에서 내금강으로 들어가 바로 만폭동이다.

정작 이 시가 나온 그곳에서는 권위적이라 해서 싫은 소리도 들었으나 구름과 서리로 목욕하고 우레와 비가 몸에 서린다 함이나 바람수레 매기 위해 꽃을 심는다 함은 일품 (逸品) 이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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