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농고.상고 밴드부출신들 악단 결성 봉사활동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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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연주활동으로 소외된 이웃들에게 봉사도 하고 학연 (學緣) 으로 인해 오랫동안 이어져온 주민들간 갈등의 벽도 허물겠다. "

강릉지역 고교의 영원한 라이벌인 강릉농고와 강릉상고 밴드부출신 올드 멤버들이 관현악단을 결성, 봉사활동과 학연 사슬끊기에 적극 나서고 있어 화제다.

이들이 만든 관현악단은 지난해 10월 결성된 삼악회 (三樂會) . 삼악회는 당초 강릉농고 밴드부 창설멤버인 30기 (59년졸업) 출신 7명이 이순 (耳順.60세) 의 나이를 앞두고 취미생활을 하기 위해 친목모임으로 결성된 것. 그러나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강릉상고 밴드부 출신 멤버들도 참여를 희망하면서 현재 강릉농고 출신 9명, 강릉상고 출신 3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그동안 강릉시포남동 우진상사 건물 2층에 20여평규모의 연습실을 마련하고 매일 2~3시간씩 맹연습을 하는 등 학창시절 못지 않은 열정으로 완벽한 화음을 맞췄다.

대부분 50~60대 초반인 이들은 내친 김에 주변의 불우이웃들에게 봉사도 하고 두 학교간에 수십년간 이어져오고 있는 앙숙 (?) 관계도 청산하는 첨병역할을 하자는 데 의기가 투합됐다.

음악을 통해 두 학교간에 이어져 오고 있는 학연의 벽을 허무는데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강릉농고 제19회 정기음악회에 찬초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단오제때 열리는 축구정기전 등 두 학교의 각종 행사때 연주회를 개최키로 했다.

삼악회는 또 정월대보름날인 지난2일 강릉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열린 '달맞이 축제' 에 초청된 강릉지역 1천여명의 노인과 관광객을 위해 '눈물젖은 두만강' 과 '홍도야 울지마라' 등 흘러간 옛 모음곡을 연주하고 노래자랑 반주도 맡는 등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강릉농고와 강릉상고는 강릉지역에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개교이래 수십여년간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온 강릉지역 고교의 양대 산맥. 실제로 이들 학교는 축구경기만 열리면 패싸움을 벌여 매년 열리던 축구정기전이 한때 중단되는가 하면 각종 선거때만 되면 학연을 내세운 세몰이로 지역간의 화합을 해치기도 했다.

삼악회 원계환 (元桂煥.59.동진버스 전무) 회장은 "앞으로 단원을 30명까지 늘이고 동요와 신세대 가요까지 연주할 수 있는 실력을 쌓아 각종 복지시설위문행사를 열고, 양교간의 화합을 다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강릉 = 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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