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론티어] '다큐사냥꾼' FNS 강경란 P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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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우리는 게릴라 군단입니다. "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사에 공급하는 독립제작사의 하나인 FNS의 강경란 (38) PD는 거침없이 입을 열었다. 군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규모. 정식직원은 그와 동갑내기인 정문태 PD 단 두 명.

그러나 실제로는 군단에 손색이 없다. 활동을 살펴보면 그렇다. 스리랑카 민족분쟁, 미얀마 학생 민주화운동, 캄보디아 총선, 알바니아 내전, 인도네시아 민주화 투쟁, 아프가니스탄 내전 등등. 주로 동남아를 중심으로 화약연기가 자욱한 분쟁지역을 누비고 다녔다.

다음주에는 인도를 거쳐 동티모르로 날아간다. 현재 가택연금 중인 반군 지도자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세계 주요 언론이 달라붙었으나 실패해 벌써부터 흥분하는 표정이다.

그동안 생생한 화면을 잡아 지상파.케이블 방송에 '납품한' 프로만 수십여 편. 'Frontline News Service' 의 약자인 회사이름처럼 전선 (戰線) 과 동고동락했다. 생명을 건 취재. 아웅산 수지 인터뷰 등 독점취재도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FNS는 국제뉴스 다큐멘터리 전문업체. 본부를 외국 (태국 방콕)에 둔 국내 유일의 독립제작사다. 국내 작업은 편집 정도. 그래서 1년의 대부분은 이역에서 보낸다. 기타 인력은 프리랜서를 활용한다.

"기동력이 생명입니다. 우물안 개구리는 살아남을 수 없죠. " 각각 KBS PD. 일본 교토통신 기자 출신인 강PD와 정PD가 동업한 때는 97년초. 회사는 정PD가 90년에 세웠으나 97년 정식등록 이후 속도가 붙었다. 국제정세에 대한 국내의 무감각이 그들을 뭉치게 한 결정적 요인.

"20세기는 분쟁의 역사입니다. 베트남전 이후에도 소수 민족의 분쟁.갈등이 끊이지 않죠. 현장에 가면 AP.CNN 등 외국 통신.방송사 보도와 상황이 크게 달라요. "

강PD는 이라크를 예로 들었다. 외신들은 미국의 이라크 공습을 옹호하지만 정말 폭탄을 쏟아부을 정당성이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 조명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동남아 종족분쟁.민주화투쟁 현장을 가면 바로 몇년 전 우리의 모습을 읽게된다고.

가장 큰 장애물은 협소한 국내시장.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 지원은 물론 외국에는 대체 관심이 없어 프로를 만들어도 팔 곳이 적다고 호소했다. 해서 외국시장을 노리겠다고 했다. 일본 후지TV나 NHK에 일부 판 경험이 있으나 앞으론 이곳을 적극 파고들겠다는 포부다.

최근 핀란드.네덜란드 TV에서 아시아 관련 일일 고정물을 맡아달라는 부탁이 들어오고 계약도 성사 직전이라 아직은 희망이 살아있다고 말한다.

"너무나 힘들어요. 후배들은 좀더 나은 환경에서 뛰어야 할텐데…. 하지만 진정 일인자가 되려면 방송사 울타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전인미답 (前人未踏) 을 향해가는 도전정신이 불타오른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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