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바둑] 이창호-마샤오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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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창호, 125에 쓰러지다

제7보 (120~143) =마샤오춘의 흑가 날을 세우며 덤벼들고 있다. 물러서면 대마의 목숨이야 안전하지만 그런 수모를 겪으며 어찌 승리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미 날은 저물고 사위는 춥고 쓸쓸한데 더이상 기다려야할 그 무엇이 남아있단 말인가. 무념무상의 이창호,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는다는 이창호가 갈등에 휩싸여 있다. 어느 순간 그는 반사적으로 122 몰아버렸다.

최강수다. 끝까지 기다린다는 이창호도 결국은 옥쇄를 선택하고 만 것일까. 123도 노타임. 검토실이 침묵 속에서 하회를 기다릴 때 馬9단은 125로 진로를 틀었다.

'참고도' 흑1로 곧장 잡으러 드는 것은 흑으로서도 위험요소가 많다. 10까지의 수순이 보여주듯 퇴로가 돌파당할 수 있다. 다른 변화를 찾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없으니까 그것 역시 모험이다. 그래서 馬9단은 칼을 접고 125로 작은 양보를 강요해왔다.

李9단은 이것이 더 괴롭다. 상대는 단번에 목을 치지않고 야금야금 죄어오고 있다. 응수가 궁해진 백은 초읽기 속에서도 126부터 필사적으로 수순을 비틀어본다.

하지만 129, 131, 135, 137등 마샤오춘의 냉정한 응수에 걸려 차이는 자꾸 벌어진다. 마샤오춘은 확실히 강해졌다. 천하의 이창호도 그의 손에 한번 걸려드니 헤어나지 못한다.

201수에서 李9단은 돌을 던졌다. 이로써 1승2패. 결승전 불패의 이창호 신화가 위기를 맞았다.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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