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근로시간 단축/ 구조조정에 걸림돌 될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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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고용안정모델에 관한 논의가 분분하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노동계의 요구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대체로 근로시간 단축 논의의 경제적 배경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계속돼 임금수준이 상승하면서 근로자들의 여가선호 경향이 강해지는 경우와 두번째는 경제 불황으로 인해 실업이 증대되면서 고용증대가 필요한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최근 논의는 물론 두번째 경우다. 그러나 경영계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갖고 있다.

첫째, 현재 국내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일시적 경기불황에 따른 위기가 아니라 고비용 - 저효율의 취약한 경제구조 아래서 누적돼온 과잉인력 문제가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로 심화됐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을 유지시키기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오히려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실업문제를 악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조업단축이나 부분휴업을 실시중인 업체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둘째,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인건비 구성은 크게 왜곡돼 있다. 각종 수당.상여금 및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한 임금 총액이 정액임금의 2배에 이른다. 우리와 인건비 구조가 비슷한 일본은 총인건비가 정액급여의 1.58배에 지나지 않으며 서구 선진국도 이보다 낮은 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시간을 줄여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임금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다.

셋째, 기업들의 사정은 최악의 상황만 피했을 뿐이지 그다지 좋지 않다. 이에 따라 기준근로시간을 미처 다 채우지 못하는 기업이 많은 현실에서 기업들은 이미 초과근로를 없애고 연월차 소진이나 순환 휴가제 실시 등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기업이 처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불필요한 사업과 조직을 정리, 모든 역량을 핵심분야의 생산과 판매에 집중하는 전략이 긴요할 뿐이다.

김영배 <경총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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