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에 잇단 개헌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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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최고위 정책 입안자들이 전력 보유와 무력 행사를 금지한 일본 헌법 제9조의 개정을 잇따라 촉구하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2일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와 관련, "헌법 제9조를 음미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미국 내 일 언론사 특파원들과의 회견에서 "일본이 앞으로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을 지려면 헌법 제9조는 전쟁을 바라지 않는 일본인의 염원이 담겨 있다는 관점에서 음미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월은 '개헌' 대신 '음미'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개헌을 촉구한 것으로 일 언론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앞서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달 21일 미국을 방문한 자민당 간부들에게 "헌법 제9조는 미.일 동맹관계를 저해하는 요인"이라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국제적 이익을 위해 (해외에서) 군사력을 전개하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추후 그는 일본 내에서 반발이 일자 발언을 번복했다.

미국의 속셈은 우호적인 일본을 상임이사국에 진출시켜 유엔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현재의 일본 헌법으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행사해야 할지도 모르는 '국제분쟁 해결 목적의 군사력 전개'가 불가능하다. 또 주일미군의 위상을 동아시아권 전역을 관할하는'사령탑'으로 정립하려고 하는 만큼 일 자위대와의 공동작전 등을 위해서도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본 헌법 제9조=일본 국민은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 행사를 국제분쟁 해결의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포기한다.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과 기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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