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가 MBC 경영 책임 묻는 건 당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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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김우룡(사진) 이사장은 1일 “경영 실패가 있을 때 책임을 묻는 것이 대주주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이사장실을 찾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인 민주당 전병헌·김부겸·조영택·장세환 의원과의 면담에서 “방문진이 MBC의 경영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고유 업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이사장의 발언은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이지만 최근 엄기영 MBC 사장의 해임 가능성이 제기되는 와중에 나와 주목을 끌었다. 방문진은 MBC 주식의 70%를 가진 최대주주다.

김 이사장은 “MBC는 (광우병 보도를 왜곡한 ‘PD수첩’ 등) 일부 프로그램에서 조작이나 허위, 날조한 내용을 유포해 국민적 불안을 조성했다”며 “이에 대해 MBC 경영진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확인하는 일은 방문진이 해야 할 일”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정치적 시각에서 보면 경영진에 대한 비판이 퇴진을 전제하지 않았느냐고 볼 수는 있다”며 “그러나 공과에 대한 평가를 (아직) 논의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일(2일) 경영진으로부터 추가 보고를 받은 뒤 거취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그들이 남은 임기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엄격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교체된 방문진 이사들은 그간 MBC를 상대로 방만 경영과 프로그램 왜곡 논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그 결과 경영진이 광우병 보도 왜곡 논란에 대해 심층조사를 벌이지 않은 점이 드러났다. 노조의 경영 개입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러자 엄기영 사장은 2일로 예정된 최종 업무보고를 앞두고 “방송의 공정성과 효율 경영을 위해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조영택 의원은 “방문진이 점령군처럼 경영진의 거취 문제를 거론하고 사퇴를 압박하는 것처럼 하는 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월권이고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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