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법 개정안 의미]법조비리는 막고 규제는 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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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변호사법 개정안은 법조비리 방지와 규제완화 등 두 축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법무부는 대전 이종기 (李宗基) 변호사 수임비리 사건으로 고조된 국민 여론을 고려해 사건브로커를 고용한 '싹쓸이 변호사' 와 사건을 알선하는 판.검사, 재판.수사기관 직원에 대한 처벌규정을 대폭 신설했다.

우선 판.검사나 재판.수사기관 직원들이 소속기관의 사건을 변호사에게 소개하거나 판.검사로 재직하던 중 취급했던 사건을 변호사로 개업해 수임하면 처벌받게 했다.

사건브로커를 고용해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는 최고 7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했다.

97년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때 사건브로커를 고용해 구속된 이순호 (李順浩) 변호사는 이같은 규정이 분명하지 않아 변호사법 상으로는 무죄를 받았었다.

재직중 비리나 직무 관련 위법행위로 물러난 판.검사에 대해 퇴직후 2년간 변호사 등록을 막겠다는 조항도 법조비리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대목. 비리 판.검사라도 변호사로 개업하면 돈은 번다는 '안전판' 을 없앴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기시돼왔던 변호사 광고를 허용, 변호사들도 자신의 '능력' 과 '경험' 을 알려 자유경쟁을 통해 사건을 수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가 규제철폐 차원에서 변호사 등록.징계권을 환수한 부분에 대해선 일선 변호사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변협은 이날 성명을 발표, "변호사 등록.징계권 환수는 반정부.반체제 활동에 대한 탄압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고 규제완화라는 명분에 걸맞지 않은 규제강화 시책" 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사 등록.징계권은 법무부에서 가지고 있다가 지난 93년 과거 군사정부에서 인권변호사에 대한 탄압용으로 남용돼 왔다는 여론에 따라 대한변협으로 이관된 것.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규제개혁위에서 등록.징계권을 법무부로 돌리는 방안을 제시하자 변협은 자율권 훼손이라며 적극 반발했다.

변호사단체의 설립과 가입을 자유화함에 따라 대한변협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개정안은 현 대한변협 외에 전국 단위의 변호사단체를 설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 대한변협이 법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는 임의단체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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