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유호 미궁' 이번엔 풀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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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해 9월 한국 조달청이 주문한 알루미늄 3천6백여t (시가 35억원) 을 싣고 말라카해협에서 실종된 텐유호 사건 수사가 알루미늄판매 등에 깊이 관여한 선장 출신 李모 (51) 씨 등이 검거됨에 따라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실종당시 단순한 해적소행으로 파악했던 검경은 수사가 진전되면서 점차 다국적 범죄로 드러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9월 27일 인도네시아 쿠알라탄정항을 출발한 텐유호가 실종된 것은 다음날인 28일 오전. 당국은 당시 텐유호가 말라카해협에서 활동중인 해적에 의해 강탈당한 것으로 보고 국제해사국 (IMB) ,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해적신고센터 등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며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텐유호가 지난해 10월 '비토리아' 로 개조된 채 미얀마에 들렀다가 다시 '산에이 1호' 로 이름을 바꿔 지난해 중국 장쑤 (江蘇) 성 장지야항에서 발견되면서 수사에 혼선을 빚기 시작했다.

알루미늄은 미얀마에서 유령회사를 통해 중국의 한 회사에 미화 3백만달러에 팔렸다.

이에 개입한 인물이 싱가포르의 무역회사 고용사장인 李씨. 이에 따라 검찰은 18일 李씨 등을 장물취득 혐의로 구속수감하고 이들을 상대로 텐유호 선원 14명의 생사여부 등 사건 전모를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李씨는 검찰에서 "소속회사를 통해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2명으로부터 알루미늄을 구입해 판매했을 뿐 텐유호 실종사건과는 무관하다" 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해경소속 수사관뿐 아니라 홍콩.싱가포르 해상범죄추적 전문가 등으로부터도 텐유호 실종사건은 李씨가 홍콩에서 이민법 위반혐의로 복역중인 金모 (48) 씨 및 말라카해협에서 활동중인 해적단과 공모해 저질렀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李씨의 싱가포르 은행계좌에 입금된 알루미늄 처분 대가로 받은 3만여달러의 추적작업이 거의 마무리돼 돈의 행방이 밝혀지기 시작했으며 텐유호에 승선한 한국인 선원들을 金씨가 텐유호의 실소유주인 마쓰모토 기선사에 알선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金씨는 지난 88년부터 93년까지 텐유호 선장을 지냈으며 실종된 선장 申영주 (51) 씨와 기관장 朴하준 (44) 씨와도 알고 지내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중국정부에 복역중인 金씨의 신병 인도를 요청하는 한편 여의치 않을 경우 수사관을 현지에 파견해 조사할 방침이다.

인천 =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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