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후계자 장남 우다이 흉폭함 아버지 닮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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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담 후세인의 후계자는 장남 우다이로 살인도 서슴지 않는 희대의 악동이다. " 이라크의 정보.보안 총책임자이기도 한 우다이 (33) 의 비서실장으로 재직중 지난해 2월 유럽으로 망명한 아바스 자나비 (50)가 도피 1년만에 굳게 닫았던 말문을 열었다.

유럽에 은신중인 자나비는 최근 프랑스의 시사주간지 파리마치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베일에 가려졌던 후세인 부자의 철권통치 실상과 석유 밀매 등을 통한 치부 등 사생활을 처음으로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이라크에서 생화학무기 소재지 등 1급비밀을 알고 주요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후세인 대통령을 포함한 4인방. 제2인자 우다이와 대통령 경호실장인 차남 쿠사이, 아메드 마흐무드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들이다.

그중에서도 "후세인 다음으로 이라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인 우다이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라크 유일의 TV채널인 엘샤밥과 국영 라디오방송, 일간지 바벨과 바스 스포츠, 잡지 라치드 등을 발행하며 모든 정보를 독점한 그는 "흉포함에 있어서는 아버지를 능가하는 인물" 이라는 게 자나비의 설명이다.

우다이는 95년 아저씨이자 내무장관을 지낸 이브라힘 엘 하산과 논쟁을 벌이다 권총을 꺼내 그의 다리에 7발을 난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동석했던 여성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화가 난 후세인 대통령은 우다이가 애지중지하는 최고급 승용차 13대를 한꺼번에 불태우는 것으로 아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내리기도 했다.

우다이는 또 "마음에 둔 여자를 반드시 차지하고야 마는 호색한" 이다.

두번의 이혼뒤 후세인의 사촌 알리 하산 엘 마지드 전 국방장관의 딸 히바 (16) 와 최근 결혼한 그는 88년 자신이 눈독들이던 여자를 아버지에게 소개했다는 이유로 후세인의 시종장 카말 한나를 살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세인의 장남 사랑은 지극하다.

매일 독대를 하는 것은 물론 우다이의 결정을 전폭 지지하기 일쑤다.

97년 우다이가 반체제 세력으로부터 피격당했을 때도 1억8천만원의 보수를 주고 프랑스 최고의 신경과 전문의를 초청, 수술치료를 받게 했다.

특히 자나비는 8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유엔의 대이라크 경제제재가 후세인 일족을 권좌에서 몰아내기는커녕 더욱 살찌우는 역효과만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밀매를 통한 축재를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자나비는 이라크에 4개의 밀매망이 있으며 그중 후세인의 밀매망이 가장 대규모라고 폭로했다.

유조선 50척의 실질 소유주인 우다이는 바스라 유전지대에서 생산, 정제된 석유를 이란의 아바단으로 싣고 가 t당 1백달러를 주고 이란산으로 탈바꿈시킨 뒤 국제가격인 t당 2백달러 정도에 판다.

이같은 석유 밀수출로 얻는 연간 5억달러 가운데 상당 부분이 우다이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그는 또 프랑스.베이루트 등에 무역회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베이루트의 회사에서는 쿠웨이트 침공 당시 약탈한 롤스로이스.페라리.포르셰 등 2천여대의 고급 승용차를 판매하고 있다.

자나비는 후세인의 철벽경호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후세인은 2명의 주방장을 철저히 격리시킬 정도로 독살을 무서워한다고 전했다.

72년 프랑스를 공식방문할 때 세숫물조차 준비해갔을 정도다.

월급여 3천6백만원을 받는 16명의 '인간방패' 경호원들이 2중3중으로 그와 가족들을 보호한다.

후세인을 만날 때면 우다이와 쿠사이를 제외하곤 타리크 아지즈 부총리조차 권총은 물론 볼펜이나 손목시계까지도 풀어놓아야 한다.

자나비는 지난해 2월 비행기 조종사인 조카가 스웨덴으로 망명한 뒤 신변의 위협을 느껴 가족과 함께 망명했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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