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대란' 야당 입장] 여당 대책엔 못마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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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량 실업사태를 대하는 한나라당의 심사는 착잡하다.

여당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지만 원체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끼어들기 조차 용이치 않은 것이다.

여권의 대응을 아주 못마땅해 하면서도 자칫 나라의 운명이 걸린 위기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자초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상황인식.사태전개 양상 전망.해법 등 모든 면에서 여당과 입장을 달리 한다.

우선 정부.여당의 판단과는 달리 올해 상반기보다 노동계 조직이 정비되는 하반기가 더 우려된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도 여권의 대처 방식이 안이하다는 게 한나라당의 지적이다.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타개책을 모색해야 하는데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것 같다" 고 비난했다.

경제 우선을 내세우면서도 '정치적 제국' 을 만드는데 몰두하고 있다는 힐난이다.

정책위 노동위원장인 김문수 (金文洙) 의원은 "실업사태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숨기려고만 한다" 고 비판했다.

진짜 실업자 숫자는 물론 장기실업이 얼마나 많은지, 어떤 종류의 실업인지 올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기처방에만 급급해 장기대책이 없다는 점도 비판하고 있다.

정진섭 (鄭鎭燮) 부대변인은 "노사정위 위상 강화로 노동자를 설득하려는 것은 언발에 오줌누기" 라고 규정했다.

"한국적 현실을 무시한 IMF의 고금리.긴축정책을 여과없이 받아들여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무모한 빅딜로 생산기반을 혼란에 빠뜨린 경제실정의 고통을 노동계에만 떠안기고 있다" 는 얘기다.

安대변인은 2조원에 이르는 공공근로예산은 오히려 중소기업 지원금 등 근본적으로 일자리를 만드는데 돌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신랄한 비판을 던지고는 있으나 전면에 나서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

물론 노동계와 장외집회를 통한 연계투쟁도 원치 않는다.

정치투쟁으로 몰고 가는 게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될뿐 아니라 되레 한나라당의 지지층으로 부터 외면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김문수의원은 "실업문제는 일회성으로 떠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차분하게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면서 일자리 만들기.실업보험 등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여권은 국회 무력화에나 열중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지적이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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