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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국안에도 한국 援軍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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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경제의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통상문제는 여전히 중요하다. 미국은 미국대로 기록적인 무역적자를 이유로 아시아국가들에 대한 개방압력이나 자국업체들에 대한 보호주의 정책들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한국이 어렵다고 해서 미국이 무작정 봐줄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한국경제가 어려운 것은 어려운 것이고, 미국은 언제나 자기네 문제들을 내세워 통상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냉철히 대처해야 한다.

미국이 통상정책을 강화할 요인들은 다음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불어나는 무역적자문제. 지난해 11월까지 미국의 무역적자는 1천5백39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달 중순 지난해 12월 무역수지 집계가 발표되면 연간 적자액은 1천6백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두번째는 미국내 통상현안 철강문제가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까지 값싼 외국 철강이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미국 철강업계의 맹렬한 로비가 의회와 행정부를 움직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미 상무부가 일본.러시아.브라질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서 전례없이 신속하게 예비판정을 내린것이 바로 그러한 증거다. 워싱턴에서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반덤핑 조사를 받아야 할 외국업체들은 훨씬 고생이 심해질 것이다.

세번째는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미 노동계의 영향력 강화현상이다. 노동조합은 노조원의 증가와 함께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이런 요인들이 모여 금년1월 행정부와 의회는 국내외 미국 산업들을 보호하기위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3억달러규모의 세금감면 혜택을 포함, 국내 산업을 진흥을 위한 정책들을 밝힌 철강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도 일본 러시아와 함께 철강분야에서 불공정한무역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대상 국가로 지목됐다. 일부 의원들은 '불공정철강무역금지법' 등 미국 업체들 지원하기위한 각종 법률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슈퍼 301조가 부활됐다. 아시아는 아마도 이같은 조치의 주된 타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어두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마찰을 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우선 미 재무부와의 관계 증진에 나서야한다. 재무부는 위기에 빠진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가장 중요한 옹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미 재무부는 아시아 국가들에 엄격한 무역제재 조치에 반대하며 업계의 로비를 견제해 왔다.

특히 미 재무부는 IMF와의 합의를 지키고 위기를 극복하려는 한국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미재무부와 보다 긴밀한 협력을 전개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구체적 개혁성과를 보여줌으로써 미 재무부의 입장을 강화시켜줘야 한다.

한국이 합리적인 무역 상대국이라는 것을 주장해 줄 수 있는 든든한 원군의 미국내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것이다.

두번째는 미 의회와의 관계 강화다. 미 의회는 불공정무역관행 철폐를 외치는 업계의 주장을 반영해왔다. 과거 한국은 대통령과 행정부에만 로비를 전개했다. 그러나 한국은 미 의회내 다수당이 집권당이 아닌만큼 민주.공화 양당 모두와 건설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

세번째로 일본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켜야 한다. 미 행정부는 일본을 자신의 경제문제를 해결하는데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미국과 전세계를 대상으로 불공정무역을 일삼는 '천민 (賤民) 국가' 로 간주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클린턴 대통령은 연두교서 발표에서 철강 분야의 불공정무역을 언급하면서 일본을 구체적으로 거명했다. 지리적 근접성과 일본과 비슷한 상품을 수출한다는 것 때문에 미국은 한국을 일본과 거의 비슷하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미국은 통상문제에 있어 일본에 초점을 두고 있는만큼 한국은 실질적인 행동과 성과를 통해 한국이 일본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실제 앨 고어 미 부통령은 지난해 11월 아.태경제협력체 (APEC) 회의에서 한국의 위기극복 노력을 칭송한데 반해 일본의 경제개혁을 촉구했다. 게다가 IMF도 지원을 받은 아시아국가들 중 한국이 처음으로 28억달러를 상환했다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이같은 공개적인 성과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를 높이고 한국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할 수 있다.

김석한 재미변호사(美애킨검프 법률회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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