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인들 분노폭발…각국 그리스 공관 점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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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런던.빈.헤이그 = 외신종합]터키 반군인 쿠르드 노동자당 (PKK)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의 체포에 항의하는 쿠르드인들이 16일부터 런던.빈.헤이그 등지의 그리스 공관을 점거, 대사 등 외교관과 가족들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

쿠르드인들은 17일 현재 독일.파리 등 유럽 18개국에서 격렬한 시위를 하고 있으며 점차 모스크바.시드니 등지로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잘란은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에서 체포된 뒤 추방, 각국을 전전하며 망명지를 모색해 왔으며 최근 케냐 주재 그리스 대사관에 머무르다 15일 터키 정부에 의해 체포, 터키로 압송됐다.

그러나 자세한 체포경위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쿠르드 시위대는 오잘란의 체포과정에 그리스.케냐 정부가 개입됐다고 의심을 품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의 그리스.케냐 외교공관이 표적이 되고 있다.

빈에서는 35명의 쿠르드인이 그리스 대사 부부를 포함, 5명의 공관 직원을 인질로 잡고 있으며 케냐 대사관에도 20여명이 난입, 직원 2명을 붙잡은 채 방화 위협을 가하고 있다.

헤이그에서는 쿠르드인들이 그리스 대사관저에 난입, 대사 부인과 아들을 인질로 잡고 있으나 그리스 대사는 외출중이어서 화를 면했다.

파리에서도 쿠르드 시위대가 케냐 대사관을 점거, 대사관 직원 7명을 인질로 잡고 분신자살 소동을 벌이다 경찰에 의해 강제해산됐다.

런던주재 그리스 대사관도 50여명의 쿠르드 시위대에 점거된 채 공관원 1명이 인질로 잡혀있는 상태다.

독일 주요 도시와 스위스.스웨덴.중동 각 도시 등에선 도심 산발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모스크바에선 수십명의 쿠르드인이 그리스 대사관 영내로 난입했다가 협상끝에 수시간만에 철수했고 시드니 주재 그리스 영사관에도 화염병 공격을 가한 뒤 점거, 경찰과 대치중이다.

한편 케냐 정부와 그리스 정부는 오잘란의 터키 압송에 책임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케냐 정부가 그리스 당국에 오잘란을 출국시킬 것을 요청했으나 그를 터키로 압송하는데 동의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도 15일 오후 대사관지역을 벗어나지 말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가 공항으로 향하는 도로로 나섰다면서 그의 행방을 추적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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