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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기반 산업 주도권다툼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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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1세기 경쟁력은 지식에서 나온다. " 지구촌 각국이 지식기반산업 육성에 한창이다. 지식과 창의성이 경쟁력의 핵심 요인으로 부각되며, 지식기반산업 육성을 통해 21세기 주도권 다툼에 나선다는 것이다.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권 국가들까지 지식경영.지식산업.지식경제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잇따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와 구조조정 이후의 국가경영시스템 구축과 관련, 지식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세부 계획을 마련중이다.

지식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전략과 정책과제는 무엇인지, 주요 선진국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 지식기반산업 (Knowledge - based Industry) 이란 = 부가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지식과 정보의 활용도가 높은 산업을 말한다.

단순 제조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아이디어를 적극 개발.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식기반산업이 중심이 되는 경제구조를 가리켜 지식기반경제라고 한다.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서 보고서를 낸 것을 계기로 각국에서 발전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논의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산업, 어떤 업종이 지식기반산업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통일된 기준이 없다.

◇ 한국

한국도 지식기반산업 육성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아직은 정부 주도로 밑그림을 그려가는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OECD 회원국들이 GDP의 약 35%를 지식기반산업에서 얻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8.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지식기반산업 발전대책을 확정.발표한 데 이어 최근 이를 구체화해 27개 제조.서비스업종을 '21세기 지식기반 신산업' 업종으로 지정,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5년 동안 재정 56조원을 포함한 1백20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기본방향은 현재의 중후장대 (重厚長大) 형 중심 산업구조를 지식기반산업 위주로 전환하는 신산업구조조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

지식기반 성장산업으로 선정된 산업은 ▶메카트로닉스.항공우주.정밀광학.디지털 가전.생물.신소재.신에너지 등의 제조업 ▶영상.음반.관광.디자인.경영컨설팅.인터넷 등의 서비스업이다.

정부는 이들 산업에서 향후 5년간 약 80만명의 신규고용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KIET) 도 최근 발표한 '21세기를 대비한 산업구조 개편' 보고서에서 지식기반산업이 성공적으로 발전했을 경우 2003년까지 실업률은 매년 약 0.32%포인트 낮아지고 GDP성장률은 매년 약 0.64%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위한 기반구축도 시급해 ▶지식기반 인프라 확충▶교육제도개혁 등 총체적인 사회구조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GDP대비 교육비 지출이 6.2%로 미국 (6.8%).일본 (4.9%) 과 대등한 수준이지만, 인구 1만명당 특허출원 건수나 논문발표 건수는 16.3건, 1.3건으로 미국 (37.1건, 10.6건).일본 (39건, 4.8건) 등에 비해 턱없이 적어 지식기반산업의 토대가 빈약하다는 평이다.

한편 주력산업을 정보통신 등 첨단 지식기반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신산업론' 에 맞서 자동차.철강.중화학 등 종래의 주력산업을 고부가가치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력산업 고도화론' 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홍병기 기자

◇미국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경제의 핵심 축을 생산기반산업에서 지식기반산업으로 옮겨놓은 나라다.

이에 따라 80년대~90년대초 구조조정 과정에서 4천만명 이상의 실업이 발생했지만 7천여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됨으로써 고용이 되레 증가했다.

제조업이 무더기 감원으로 고통받을 때도 소프트웨어 등 유망산업에서는 구인난이 심각했고, 옛 소련의 붕괴로 타격을 받은 군수.방위산업 근로자의 상당수가 영화 특수효과나 테마파크 등의 분야에 새로 진출했다.

지식기반산업의 노른자위라고 할 수 있는 정보기술산업은 사실상 미국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내 초고속성장 2백대 기업중 80% 이상이 이 분야에 속해 있다.

또 소프트웨어산업은 90년 이후 매출이 연평균 12.5%가 늘어나며 자동차.전자에 이어 미국내 제3위 제조업종으로 부상했다.

지식기반산업의 지원.육성과 관련, 미국 연방정부는 몇가지 기본적인 핵심요소를 챙기는 것 외에는 모두 각 주 (州) 정부 혹은 민간 차원이 스스로 '돈 냄새' 를 맡고 알아서 추진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다만 지식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와 교육기관.연구소 등 공공부문을 연결하는 범국가적 시스템 구축은 정부에서 추진중이다.

기본적 핵심요소로는 교육.혁신.국가정보기반 (NII)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강조되는 것이 대학.연구기관에 대한 지원문제다.

대표적인 지식 생산기관인 대학은 경제발전의 엔진으로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MIT와 '루트128' , 스탠퍼드대와 '실리콘 밸리' 는 이미 따로 떼어내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관계가 됐다.

텍사스주의 경우 국가과학재단 (NSF) 을 모델로 리서치 재단을 구성했는데, 현재 이 재단이 새로운 산업의 발전을 리드하는 최대의 잠재적 역량이 되고 있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영국

영국은 79년 시작된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 이후 종전의 2차산업 대신 고부가가치의 지식기반산업을 새롭게 일으켜 자본을 끌어들이고 투자효율을 높이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토니 블레어 총리가 취임때 제시한 21세기 청사진 '쿨 브리타니아' 도 지식기반산업 육성이 핵심내용이며, 크리스 스미스 문화부장관의 '창조적 영국' 건설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영국 정부는 연구개발비용의 절감과 개발기술의 신속한 상용화를 위해 '산 (産) - 관 (官) - 학 (學)' 공동 연구 프로그램을 운용, 관련산업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영국의 지식기반산업은 출판.방송.영화.음악.소프트웨어.패션.광고.건축.뮤지컬 등 문화산업이 중심이다.

연간 매출규모는 1천1백억파운드 (약 2백20조원, 97년 기준)에 이른다.

국내총생산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6%나 된다.

일자리만 2백만개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은 또 세계 음반시장의 18%, 전자게임기 시장은 25%를 차지하고 있다.

96년 베를린.칸.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의 최고상을 모두 영국계 영화가 차지하면서 영화산업도 활황이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개봉된 영화 '풀 몬티' 는 3백5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전세계에서 3억달러를 벌어 영화 사상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파리의 세계적 패션업체 지방시.디오르.클로에의 수석디자이너인 존 갈리아노 (38).알렉산더 매퀸 (30).스텔라 매카트니 (26) 도 모두 영국인이다.

이들 문화산업은 수익률 면에서도 최고 30%에 이를 정도로 높다.

제조업은 물론 영국이 경쟁력을 가졌다는 금융산업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심지어 실리콘 밸리의 첨단산업보다 부가가치가 더 크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채인택 기자

◇일본

일본은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워온 지금까지의 발전모델에서 탈피, 21세기를 앞두고 '창조성' 에 초점을 맞춰 변신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하드웨어 중심의 일본이 앞으로 소프트웨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새롭게 구상중인 방안은 '지가 (知價) 사회' 의 구축이다.

지가사회란 탈산업사회 이후 정보화 혁명과 함께 지식이나 정보의 가치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사회. 지식경제와 같은 개념으로 사카이야 다이치 (堺屋太一) 경제기획청장관이 저술한 '지가혁명' 에서 처음 제시됐다.

일본 총리자문기구인 경제심의회는 최근 지난 95년 마련한 경제사회 구조개혁을 대체할 새로운 신경제계획을 만들기로 했다.

경제심의회가 검토중인 21세기의 목표는 지가사회 모델이 유력하다.

경제심의회는 ▶기획 ▶구조개혁 ▶국민생활 ▶문화 ▶세계화 등 5개 소위를 설치하고 오는 6월까지 새로운 지식기반 확충 방안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일본은 또 장기불황은 정보통신.환경 등 지식중심의 신산업 발달이 미흡한 때문이라며 최근 관련분야를 집중 육성할 뜻을 밝혔다.

실제로 최근 지식기반산업의 시장규모는 연평균 2.5% 성장에 그쳤고, 고용은 - 0.7%로 뒷걸음질쳤다는 분석이다.

대표적 상품인 게임소프트는 닌텐도에 이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96년 이후 시장을 주도하며 세계시장의 70~80%를 차지하고 있지만 다른 분야는 뚜렷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기타 국가

지식기반산업 육성.확대 움직임은 OECD회원국을 중심으로 한 다른 선진국에서도 활발하다.

캐나다는 정부 자문기관이 중심이 돼 작성한 '디지털 세계에 대한 준비' 라는 보고서에 따라 인터넷 등 정보인프라 구축과 멀티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육성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 보고서의 골자는 '문화 주체성' 의 강조. 그러나 외국 문화 콘텐츠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자는 게 아니라 문화 콘텐츠의 자체생산과 활용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관련제도를 정비하자는 쪽이다.

고실업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스웨덴도 지식정부로 탈바꿈하고 있는 모범사례다.

스웨덴은 기업의 생산성 기반을 임금보다는 고도의 지식과 기술에 두고 모든 정책을 지식.기술의 창출과 확산.활용 촉진에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지식산업 관련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하는 부처에는 정부예산을 보다 많이 배정하는 '인센티브제' 를 운영하고 있다.

'꽃의 나라' 네덜란드는 화훼산업과 같은 전통적 농업중심 체제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지식의 실천' (knowledge in action) 이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연구.개발 (R&D) 분야 예산을 확충하고 통합적 연구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지식산업 인재 양성에 정책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

프랑스도 향후 지식기반산업의 중심이 될 핵심기술을 선정, 국가 주도로 집중 개발한 후 이를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상용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지난달 '지식경제' 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하이테크산업.미디어 등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15억5천만 싱가포르달러 (약 1조8백억원) 의 기금을 확보할 계획을 밝혔다.

또 지식산업 확충을 위해 엔지니어링 업체를 보다 많이 유치하고, 생명공학.방송.인터넷.선진의료.연구교육시설도 확충한다는 전략이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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