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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병용 '하자''말자' PC통신도 후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하이텔.천리안.유니텔 등 PC통신 여론 게시판에는 정부의 한자병용 추진 발표후 10일 숱한 발언과 반론이 쏟아졌다.

"경쟁력과 효율성 면에서 세계적으로 우수한 한글을 놔두고 한자를 쓴다는 건 퇴행적이고 사대적인 정책" (하이텔.sirrion) , "한글 교육을 받았고 한글을 주로 사용하는 신문매체를 접하며 살아온 '한글 세대' 들에게 한자병용 법제화는 시대착오적 발상" (트래비스) , "정보화 시대에 불편한 한자쓰기는 자연 퇴출될 것" (semekim) 등 10~20대 젊은 이용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매체 특성상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도로 표지판과 공문서에 한자를 병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다수를 차지. "도로 표지판은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결.명확해야 하는데 읽기 어려운 한자를 사용하다니…" (유니텔.vcl44) , "필요한 사람만 공부하면 되지 공문서에까지 쓸 필요가 있느냐. 규제 철폐는 말뿐이다" (하이텔.슬기샘) , "한자로 쓰인 교통 표지판을 보고 도움받을 외국인도 별로 없는데 쓸데없는 일에 혈세를 지출하느냐" (천리안.리니지) 등의 비난이 잇따랐다.

일부 이용자들은 "정부가 도로 표지판 업자들과 짜고 하는 비상식적 행태" 라며 갑작스럽게 결정된 정부의 조치를 빈정거리기도 했다.

반면 한자병용에 찬성하는 소수 네티즌들은 대체로 한자병용이 한자어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말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의견이었다.

유니텔 이용자 (ID:antithes) 는 "한자어를 한자로 배우면 좀 더 풍부한 말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며 "신문에서 한자를 병기한다면 4백원을 투자해 한자를 익히는 기회가 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자문화권' 의 대두에 따른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하이텔 이용자 (ID:리월성) 는 "영어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세계가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중국이 부상할텐데 그때 가선 또 한자 배우라고 뒤늦게 법석을 떨 것인가" 라고 말했다.

또다른 이용자 (ID:gudans) 역시 "한자문화권의 중심에 자리잡으려면 한.중.일 3국의 공통분모인 한자를 터득해야 한다.

단지 '세종대왕이 물려주셨다' 는 이유만으로 한글전용을 고집하기엔 시대가 변하고 있다" 는 의견을 펼쳤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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