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국왕 사망으로 중동경제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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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후세인 요르단 국왕의 사망으로 중동지역 경제에 먹구름이 깔리고 있다.

요르단 국왕이 의학적으로 사망한 지난 5일 요르단의 디나르화가 한때 10%나 폭락하며 '달러 사재기' 가 일어났다.

주변국들의 화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22년만의 유가 폭락으로 실업률이 급등하고 재정적자가 누적되는 등 가뜩이나 어려움에 몰려있던 중동 국가들에는 엎친데 덮친 격이다.

중동지역이 금융위기 조짐을 보이자 선진국들과 국제 금융기구들도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7일 중동평화협정의 일환으로 요르단에 제공하기로 했던 원조자금 3억달러 조기 지원을 위해 이번주 내에 의회의 승인을 요청키로 했다.

국제통화기금 (IMF) 도 금명간 협상단을 요르단에 파견할 방침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 (UAE) 이 6일 상당액의 자금을 요르단 중앙은행에 예치하겠다고 밝히는 등 주변국들의 지원사격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중동 경제가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비관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런던시장에서 두바이유가 10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등 좀처럼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요르단의 경우 현재 공식 실업률이 무려 30%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르단 정부는 최근 1백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추방령을 내렸다.

또한 암시장에서는 사실상 고정환율제가 붕괴돼 지난 5일엔 외환거래가 중단되기까지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 (GDP) 의 12%인 1백50억달러로 부풀어 올랐다.

이제는 외채를 끌어다 재정적자를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말 아부다비로부터 50억달러를 차입하는 한편 원유를 대량 할인판매까지 하고 있다.

이란은 현재 외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극한상황이다.

게다가 리알화가 암시장에서 지난달 미 달러당 8천리알 선에서 이달 들어 8천2백20리알에 거래되는 등 폭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와 유러머니지 (誌) 는 최근 "중동 일부 국가가 조만간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며 "현 사태는 '국제경기 침체→석유소비 감소→산유국들의 경기후퇴→산유국 구매력 감소→세계경제 디플레이션' 의 시나리오를 초래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중동국가의 유가 인상 담합으로 70년대 오일쇼크의 악몽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한국의 경우 중동지역 수출 비중이 4%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수출이 전년 대비 30%이상 증가한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원유 수입대금과 연계해 수출대금을 확보하는 구상무역 방안을 전문가들은 권고하고 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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