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스크리트어 인도불경 세계 첫 CD롬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국내 소장학자에 의해 산스크리트어 인도불경 문헌이 전자사전 형식의 CD로 나온다. 세계 최초의 일이다. 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의 이종철 (李鍾徹.40) 교수가 벅찬 작업을 해냈다.

이번에 발간되는 인도불경문헌 CD는 인도 고전어인 산스크리트어를 로마자로 전사 (轉寫) 하여 재구성한 것으로, 인도불경 및 산스크리트어 연구에 필수적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복잡한 산스크리트어를 우리 시대의 인도연구가들이 활용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데에 이 CD의 필요성과 가치가 있다.

출간은 미국 버클리대에서 맡았다. 물론 버클리대로 넘어가기 전에 이씨는 국내의 관련 기관에 사업 계획서를 여러차례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내의 무관심과 달리 이 작업의 중요성과 사업성을 먼저 알아본 사람은 바다 건너편 버클리대 동아시아언어문화과 루이스 랭카스터 교수였다.

랭카스터 교수는 인도 연구에 영원한 스테디셀러가 될 CD출간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96년 11월 한국을 찾았다. 처음에는 고사했으나 랭카스터의 집요한 설득에 넘어가 결국 이씨는 버클리대 출판부와 계약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전자문헌의 검색엔진 및 산스크리트어 글자체 개발은 태국의 마히돌대 컴퓨터 센터에서 맡았다.

이씨의 장기 계획은 우리말 번역과 함께 티벳어대장경.한역대장경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다언어 불교용례사전 및 인도불경의 다언어사전을 편찬하는 것이며, 이번 작업은 그 첫 단계 결실인 셈이다.

이번 작업의 시작은 7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도에서 직접 생활하며 인도의 언어와 문화를 익히는 게 인도철학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씨는 92년 남인도의 마이솔대 연구원 자격으로 인도행을 결행했다.

이씨는 인도 체류기간에 빤디뜨 (우리식으로 하면 전통 서당의 훈장) 라고 불리는 인도의 전통지식인으로부터 하루 4시간씩의 강행군으로 산스크리트어 문헌 수업을 받았다. 일요일도 공휴일도 없이 2년을 보냈다. 그와 동시에 그는 인도 마이솔대의 젊은 산스크리트어 학자들과 인도불경사전 편찬 다국적팀을 조직한다. 감수는 이씨의 스승인 빤디뜨, 실무총감독은 이씨가 맡았다.

고국에 돌아온 뒤에도 이씨는 틈만 나면 인도로 달려가 그동안 진행된 작업들을 점검하고 꼼꼼하게 교정을 보고 새로 진행할 작업을 지휘했다. 이같은 우리 소장 학자의 외곬 작업이 전 세계의 인도 및 불교 연구가들 앞에 당당하게 선보이게 된 것이다.

[국내 인도 관련 연구 현황]

인도불경 문헌이 전자 텍스트화됨에 따라 학계에서는 우리시대의 대안철학으로서 인도철학에 대한 현대적 연구가 보다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철학 연구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붐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의 인도 연구활동도 최근 들어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며 약진하고 있다. 89년 창립된 인도철학회는 현재 1백50여명이, 96년 젊은 인도학자들을 중심으로 재창립된 한국인도학회에는 1백여명의 연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관련 서적 출간이 활발한 것도 눈에 띄는 현상. 번역물 뿐 아니라, 국내 저작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 인도철학의 폭넓은 이해를 돕는 책으로는 '인도철학사' (길희성 저.민음사)가 첫 손에 꼽힌다. 84년에 출간된 이 책은 인도철학 연구가 전무하다시피 한 학계에 인도철학을 소개했다고 평가받는다. 잇달아 나온 '인도철학' (정태혁 저.학연사) 도 이 분야를 깊이있게 다룬 책이다.

이밖에 철학을 포함한 인도 전반에 대한 입문서로는 '내가 알고 싶은 인도' (백좌흠등 3인 공저.한길사) , '인도는 무엇으로 사는가' (이광수 저.웅진) 등이 있다.

고규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