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대선자금 역풍우려…YS와 화해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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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권이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 문제를 다루는 모양새를 보면 의아한 구석이 하나둘 아니다.

저럴 것이라면 무엇 때문에 이를 들춰냈는지 이상할 정도다.

겉으론 YS의 청문회 출석을 압박하는 등 열을 올리는 듯 하지만 속에는 전혀 다른 '온건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金전대통령이 환란의 주역임을 드러내 보였다.

경제청문회에 대한 관심도 높였다" 며 의기양양해 했다.

여기에는 이런 과정을 통해 YS를 무력화시키는 소기의 성과를 챙겼다는 자랑이 배어 나온다.

그는 "강공드라이브를 걸어 온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를 정국의 중심부에서 밀어내 공세의 강도를 약화시킨 것도 큰 수확" 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단계에서 상도동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경우에는 악수 (惡手)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니 YS를 사법처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는 5일 국민회의 의원총회에서도 잘 드러났다.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은 "이번 일은 국난인 경제파탄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문제" 라며 DJ - YS 대선자금 공방으로 비화되는 것을 경계했다.

현정부의 '이면 (裏面)' 을 누구보다 꿰뚫고 있는 YS측과 대결을 벌이는 게 부담스럽고, 이겨봐야 남는 게 없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YS에게 일정한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이 조심스럽게 추진되고 있다.

YS가 청문회에 출석, 대국민 성명을 발표만 하고 신문을 생략하는 방안까지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YS의 태도가 워낙 강경하다는 데 있다.

때문에 여권은 金전대통령의 차남 현철 (賢哲) 씨 사면문제를 고리로 이 문제를 일괄 타결하는 카드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은 YS가 현철씨 사면문제에 강하게 집착하고 있어 상당한 기대를 보이고 있다.

한 여권 핵심인사는 "YS의 증인출석 예정일이 8일로 다가오면서 여권과 민주계의 물밑교섭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며 지켜봐 줄 것을 당부했다.

김원길 정책위의장은 "뒤집어 보면 이번 청문회가 YS측과 길을 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언급했다.

여러모로 주목되는 발언이다.

때문에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 발언으로 초래된 긴장국면이 민주대연합 구도를 촉진하는 의외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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