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중국 사유제의 폭발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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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달 30일 폐막된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7차 회의에서는 앞으로 중국사회 변화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헌법개정안이 마련됐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개체 (個體) 경제와 사영 (私營) 경제 등 비공유 (非公有) 경제를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중요 구성부분으로 규정함으로써 사적 소유제에 대한 완벽한 법적 보장을 했다는 점이다.

이는 전민 (全民) 소유제를 주체로 하고 집체 (集體) 와 개체 소유제를 보충으로 한 1982년 헌법상의 소유제 형식에서 탈피해 소유제 형식에 대한 융통성있는 해석과 변화를 위한 법적 기반이 확립된 것이다.

소유제 형식과 관련해 중국 공산당 15전대 (全代) 회의 정치보고에서는 공유제를 주체로 하고 다양한 소유제를 공동 발전시켜가는 것이 중국 사회주의 초급단계에 있어서의 기본 경제제도라고 규정하고 사회 생산력 발전과 종합국력 증강 및 인민의 생활수준 개선을 위해 부합되는 소유제 형식은 무엇이든 원용될 수 있음을 강조함으로써 비공유 부문의 확대도입을 위한 사상.정책적 정지작업이 이미 이뤄진 바 있었다.

이번 헌법 수정안의 채택은 지난 20여년에 걸친 경제개혁의 결과 사영기업 등 비국유 경제가 중국경제의 중요 부분으로 발전해 온 현실의 법적 반영임과 동시에 비국유 경제의 법적 보호에 대한 정책의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의 헌법상 사유재산의 신성불가침에 대한 규정이 없었던 것은 중국 경제발전에 갈수록 중요해지는 사영기업의 발전에 심각한 한계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많은 사영기업들의 해외자산 유출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특히 이러한 헌법수정이나 소유제에 대한 기존 관념으로부터의 탈피는 지금 중국 경제개혁의 심화에 관건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국유기업 개혁을 본격화시키는 계기로 나타날 것이다.

그동안 중국정부는 국유기업의 구조적 문제점 해결을 위해 독립 채산제나 분급 (分級) 관리제, 청부제 (請負制) 로부터 현대 기업제도의 도입에 이르는 다양한 방법을 도입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은 경영 자율권의 확대에 한정된 것이기 때문에 국유기업의 비효율성이라는 구조적 문제의 개선에는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헌법수정을 통한 비공유 부문의 법적 보호장치로 앞으로 국유기업의 비국유화 과정이 급진전돼 갈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국가 기간산업이나 국민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유기업에 대해서는 현대 기업제도를 도입해 적극적인 개조를 해가는 한편 대부분의 국유기업의 경우 주식제와 주식 합작제 등 소유형태에 구애되지 않고 비효율과 저효율성을 타개해 갈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개혁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소유제에 대한 기존 관념으로부터의 탈피가 중국경제의 시장경제체제로의 편입을 가속화함으로써 시장이 생산성 증대를 위한 단순한 수단적 위치에서 탈피해 중국사회의 중요한 가치를 형성해 가는 경우 이러한 사태 발전은 평등의식과 경쟁의식.정치참여 의식을 고취시킴으로써 민주화의 중요 토양을 형성하고 정치체제 개혁에 대한 중대한 압력요인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경제체제의 본질적인 개혁에도 불구하고 장쩌민 (江澤民) 체제의 성격이나 정치안정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는 중국사회의 현상과 흐름은 정치적 다원주의에 기초한 근본적 정치개혁을 제약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자유와 평등.등가교환 (等價交換).다원주의의 속성을 띠는 시장경제체제는 집체주의와 당의 일원화 지도체제로 특징되는 기존의 정치체제와 대립함으로써 중국사회의 새로운 긴장요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으로 중국 지도체제는 공산당 일당 체제를 유지해 가면서도 경제.사회발전에 따라 다원화돼 가는 사회이익을 효율적으로 수렴해 가는 제도적 장치를 개발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될 것이다.

앞으로 사영기업의 발전이 더욱 활성화되고 소유제형식의 다양화에 따라 국유기업 개혁이 본격화되면 외국기업의 중국진출에 많은 공간이 생길 것이다.

특히 투자주체의 다원화와 주식제의 도입을 통한 국유기업의 개혁은 점차 외자기업에 의한 개혁이 주류를 형성해 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우리 기업의 중국진출은 물론 이미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기반구축이나 합작대상의 모색에도 유리한 기회와 여건을 마련해 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에서의 소유제에 대한 신사고 (新思考) 나 사적 소유에 대한 헌법적 보장조치들은 단기적으로는 북한체제에 심각한 충격을 가져다줌으로써 북.중간의 상호관계에 심각한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비공유 부문의 법적 보호를 위한 헌법수정이 있기까지 중국사회에서 전개돼 온 변화의 과정은 북한사회 변화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박두복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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