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골 김동진 "어머니 영전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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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43분. 김동진(23.FC서울)의 왼발을 떠난 공이 그리스 골네트를 흔들었다. 그리고 먹이를 낚아챈 독수리처럼 두 팔을 벌리고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잠시 뒤 미끄러지듯 무릎을 꿇은 김동진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 김동진은 3년 전 대장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렸다. '골을 넣겠다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자랑스러운 이 아들을 지켜봐 주십시오'. 김동진은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기자회견에서 "첫 골을 어머니 영전에 바친다"고 말했다.

1남2녀 중 외아들인 김동진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남달랐다. "몸이 약하면 공을 제대로 찰 수 없다"며 고등어.꽁치 등 등푸른 생선을 구하러 시장을 누빈 어머니였다. 직업군인이었던 아버지의 박봉으로도 자녀만큼은 잘 키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어머니는 덜컥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김동진의 사모곡(思母曲)이 올림픽 신화의 땅 그리스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골로 연결될지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

테살로니키=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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