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지원 바쁜 官·외자유치 혈안 民,日손발안맞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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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도쿄 = 이철호 특파원]일본 경제의 이중구조가 선명해지며 정부와 민간기업 사이에 명암이 갈리고 있다. 정부가 넉넉한 자금으로 해외 지원에 바쁜 것과 달리, 민간 금융기관들은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서라도 제몸 추스르기에 급급하다.

이미 3백억달러 (약3조3천억엔) 규모의 신 미야자와 플랜을 내놓은 일본 정부는 28일에는 원유 가격 하락으로 침체에 빠진 사우디아라비아에 1천억엔을 지원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은 수출입은행을 통해 사우디와 일본 기업의 석유화학 합작 기업의 플랜트 증설에 들어가는 8억7천5백만달러 (약9백60억엔) 가운데 협조융자 형식으로 1천억엔을 지원할 방침이다.

일본의 사우디 지원은 아라비아석유의 원유 채굴권 연장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또 불량채권 처리를 위해 금융기관들에 빨리 재정자금을 신청하라고 독촉하고 있다.

해당 금융기관이 적절한 자구 계획을 마련할 경우 사실상 무제한의 재정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본 민간 금융기관들은 재정자금 신청을 꺼리고 있다. 재정자금을 받을 경우 가혹한 감량경영이 불가피하고 정부의 간섭으로 자율경영이 물건너갈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금융기관들은 외자도입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산와 (三和) 은행은 미국의 세규어 캐피탈과 1천5백억엔 어치의 불량채권 매매 계약을 체결했고, 쓰미토모 (住友) 은행은 미국의 골드만 삭스증권과 4백억엔 어치의 불량채권을 매각할 예정이다. 사쿠라은행도 미국 메릴린치증권에 4천억엔 어치의 불량채권을 매각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또 미국 GM의 금융자회사이자 미국 제2위의 종합금융회사인 GMAC가 일본 금융기관으로부터 1조엔 (장부가격) 어치의 불량채권을 매입할 예정이라고 28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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