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얼 록 국내서도 소리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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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인더스트리얼 록' 은 영화로 치면 '가위손' 과 비슷한 음악이다. 이 영화 주인공 에드워드는 손가락이 모두 가위날로 돼있지만 실은 주변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 그러나 겉모습을 두려워한 사람들은 그를 외면하고 심지어 학대도 한다. 인더스트리얼의 외양은 바로 이 가위손 같다.

폐차장.고물상을 무대로 고철덩이를 악기삼아 산업사회의 피폐한 풍경을 묘사하고 풍자한다. 하지만 그 속에는 기계로 상징되는 현대사회의 물신성과 인간소외에 대한 공격적 비판의식이 녹아 있다.

실험성이 강해 국내에는 보급이 되지 않았던 인더스트리얼 록이 본격 소개된다. 2월10일께 '스캔 인더스트리' 란 타이틀의 데뷔음반을 내는 듀오 '지직스' 가 그 주인공.

일상에서 흔히 듣는 '지직대는' 소리를 따서 지은 이름처럼, 이 듀오의 음악에는 웅웅대는 기계음 샘플링이 난무한다. 언뜻 잡음 덩어리에 불과한 듯하지만 금방 일정한 리듬을 갖추면서 듣는 이에게 묘한 공명을 일으킨다.

날카로운 주법 (奏法) 의 기타연주, 울부짖는 중성적 보컬도 독특한 느낌을 던진다. '좌절' '사탄' '노이즈' 등 예사롭지 않은 노래 제목, 우주적인 주제를 담은 웅장한 재킷, 기괴한 뮤직비디오도 눈길을 끈다.

잡음도 음악적 미학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또 사운드의 질감이 새롭다는 점은 확실히 이 장르만의 특징이다.

그러나 지직스의 데뷔음반은 인더스트리얼 1호라기 보다는 시험판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몇몇 곡에서 80년대 메탈적인 구성, 한국적인 록발라드 멜로디 등을 섞어 대중적 친화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타이틀곡인 '러시안 룰렛' 은 전광석화같은 기타와 강렬한 드러밍이 슬래쉬메탈 냄새를 풍기고, '냅 둬' 와 '이 세상 속에서' 등은 경쾌한 비트와 멜로디가 특징인 팝메탈에 가깝다.

인더스트리얼은 사실 일반 대중과 거리가 먼 음악은 아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소음을 채취하고 재조립해 새롭게 음미하게 한 것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듣는다면 그렇게 시끄러운 음악만은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인더스트리얼이란

영국과 독일에서 70년대말 발생한 인더스트리얼은 그때까지 불리던 대중음악의 문법을 철저히 부정하는 것이었다. 각종 기계음을 짓이겨 비벼낸 샘플링이 전부인 무정형.무선율의 음악이었지만 '기계소리에서 인간의 신음을 뽑아낸 사운드의 혁명' 으로 평가됐다.

90년대 들어 나인 인치 네일스.마릴린 맨슨같은 록스타들에 의해 헤비메탈과 결합되면서 인기 장르로 대중화 됐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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