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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부모 가정 거듭나기]'반쪽'한탄 말고 당당해져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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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얼마 전까지도 공무원인 남편과 초등2년생 딸아이를 키우며 살던 김인숙 (36.경기도 부천시 중동) 씨. 그러나 신년 회식 후 귀가하던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김씨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무척 힘겨운 일이 돼버렸다. 생계를 꾸려가며 살 일도 막막한데다 딸아이가 앞으로 제대로 현실에 적응하며 살 수 있을까 걱정도 크다.

지난해 9월부터 두 아들 (초등3.4년) 을 시골 형님댁에 맡겨놓고 홀로 생활하고 있는 이명택 (40.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씨. 회사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를 당한 후 아내와 재취업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결국 이혼한 그 역시 한 달에 한번꼴로 아이들을 볼 때마다 전과 달리 서로 주먹다짐을 하기도 하고 작은 아이는 잘 때 악몽에 시달리는 듯하여 마음이 무척 불편하다.

아이들을 홀로 키우며 사는 편부모 가정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한쪽 부모가 없는 가정은 전국에 94만여 가구. 가출.별거 가정이 수만 가구에 이른다는 민간단체의 추산을 고려하면 1백만 가구를 웃돌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 편부모 가족들은 남아있는 부모는 물론 자녀도 '반쪽' 이라는 외로움과 '결손가정' 이라는 사회적 편견에 고통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편부모 가정은 현대 가족의 한 형태" 라며 "편부모 가족 구성원들도 잃은 것에 연연하지 말고 현재 있는 것을 소중히 가꿔 자신있게 당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고 입을 모은다.

이화여대 사회복지관에서 '편부모의 자녀교육을 위한 프로그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박영희 (41.그리스도 신학대학 기독복지학부) 교수는 "올바른 가정을 꾸려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홀로 남은 당사자가 굳건히 홀로 설 것" 을 주문한다.

특히 이혼한 이들은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1~2년 동안 패배감과 상대에 대한 증오로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기 쉽다는 것. 사람 만나기를 회피하기 보다는 직업을 구한다든지 친구와 자주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도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애정관계의 한 축이 단절되면서 '버림받았다' , '엄마.아빠가 나 때문에 헤어졌다' 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이는 현재 함께 살고 있는 보호자도 '나를 떠날 수 있다' 는 잠재적 두려움에 휩싸여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등 퇴행적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편부모가 힘든 모습을 자녀에게 그대로 보이거나 고통에 대한 분풀이를 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현재의 상황이 일반적인 가정과 다른 모습이긴 하지만 비정상적이거나 더더욱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납득시켜야 한다.

남성의 전화상담소 이옥 (50) 소장은 "일인이역 (一人二役) 이 힘들기도 하지만 오히려 부족한 것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고 말한다. 홀어머니의 경우엔 스스로 경제적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되면서 사회성이 나아질 수도 있고, 아이들 역시 역할분담을 통해 어머니를 도와가면서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성격으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박교수는 편부모가 함정에 빠지지 않고 자녀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자녀에 항시 정직할 것 (아이들을 위한다는 마음에서라도 거짓 약속을 하다보면 신뢰감을 잃게되고 아이가 남은 부모에 대해서도 불신하게 된다) ▶자녀를 불쌍하게 보지 말 것 (과잉보호로 흘러 의존심이 큰 아이로 자라기 쉽고 그만큼 아이에 대한 보상심리도 커진다) ▶이혼한 편부모의 경우 특히 아이의 한쪽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나 슬픔을 막지 말 것 (한쪽 부모를 선택해 다른 한쪽의 부모를 소외시켰다는 죄책감에 빠져들 수 있다) 등을 권한다.

편부모 가정의 행복을 가꾸는 데는 주변의 관심과 도움도 큰 힘이 된다. 자녀문제상담소 정송 (45) 소장은 "반으로 줄어든 부모의 사랑은 할아버지.할머니나 부모의 형제가 채워 주는 것이 좋다" 고 말한다.

편부모들도 어려움에 처했을 땐 당당하게 사회적 도움을 청할 것을 권한다.

어린 아이들을 돌보기 힘든 경우엔 해당지역 사회복지관의 지원제도 등을 활용해 볼 만 하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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