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재회담 전망]여야 감정 골깊어 성사까지 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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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25일 여야 총재회담 수용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회담이 곧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여야의 생각과 계산이 전혀 딴판이기 때문이다.

◇ 여권 = 金대통령이 단안을 내린 것은 대치국면이 장기화 되고 지역갈등이 고조되면 국정수행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21일로 예정된 '국민과의 대화' 를 앞두고 대화합의 자세를 보여줄 필요성도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총재회담이 곧 성사될 것 같지는 않다.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여야 중진간의 사전 정지작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여건이 별로 좋지 않다.

이에따라 여권이 한나라당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선물' 의 내용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와 관련, 한 고위 관계자는 " '국회 529호실 사태' 를 포함한 여러 현안을 논의하게 될 것" 이라고 했다.

하지만 총풍.세풍 등 법적 문제는 거론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래서 김종필 (金鍾泌) 총리의 역할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金대통령은 회담수용 결정을 내리기 전 金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사전협의를 가졌었다.

◇ 한나라당 = 총재회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일단 "환영한다" 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즉각적인 답변을 유보하는 등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청와대와 국민회의가 정국 주도권 장악싸움에서 야당에 밀리지 않기 위해 제시한 상투적 기만술책" 이란 판단이 당내에 팽배해 있다.

이회창 (李會昌) 총재 주재로 열린 25일 총재단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은 "총재회담을 지시하면서도 사과할 뜻이 없다고 하는 것은 민심의 소재를 정확히 읽지 못한 것" "겉으론 총재회담을 흘리지만 실질적으론 그렇지 않다는 방증" 이라고 비난했다.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총재회담이 끝나자마자 야당탄압을 강화하는 이중행태를 경험했다" 면서 "일시적 위기만 넘기겠다는 회담은 수용할 수 없다" 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총무접촉 등 다각적 채널을 통해 여권의 진의 탐문에 나섰다.

정치사찰에 대한 金대통령의 사과,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해주는 자세전환을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이하경.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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