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원',내실도 달라지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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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가안전기획부가 이름을 국가정보원 (國家情報院.국정원) 으로 바꾸면서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과거 정치공작.사찰.인권유린 등의 검은 이미지를 벗고 국가의 최고정보기관으로서 해야 할 사명과 역할에 충실하자는 취지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우리는 국정원이 새 이름과 함께 앞으로 얼마나 새 모습을 보일지 주시코자 한다.

정권교체후 안기부는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기 위해 정치관련기구 폐지.해외정보수집 강화 등 자체개혁에 나섰으나 일반에 비친 안기부의 인상은 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그동안 불법감청과 고문시비 등에 휘말렸고 국회 529호실 사건으로 정치사찰 의혹도 받고 있다.

야당과 공방을 벌이고 야당 비난을 위한 문서를 만드는 등 정치관여를 한다는 비난도 받았다.

우리는 이런 안기부시대의 불미스런 일이 앞으로 국정원시대에는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현대 민주국가의 정보기관은 탈 (脫) 정치의 고도의 전문기관이 돼야 하고, 그 요원 (要員) 은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테크노크라트가 돼야 한다.

국가안보와 국익을 지키는 정보활동은 전문가와 전문기관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일은 누가 정권을 잡든,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흔들리거나 영향을 받지 않고 수행돼야 한다.

정보기관이 정치에 개입하거나 정치바람을 탄다면 본래의 임무를 제대로 할 수 없음은 물론 국가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우리가 신물나게 겪어 온 일이다.

그리고 정보기관은 권력기관이 돼서도 안될 것이다.

정보가 곧 권력이요 영향력이란 속성이 있기 때문에 정보기관이 권력기관처럼 인식되거나 스스로 그런 충동을 받기 쉽고, 그 요원은 특수한 신분 때문에 자칫 특권의식을 갖기도 쉽다.

국정원과 그 요원들이 특히 경계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국정원이 앞으로 대북 (對北) 정보와 해외경제정보 수집, 국내산업기밀 보호 등에 주력키로 한 것은 올바른 방향설정이다.

북한과의 대치가 계속되는 한 대북정보수집이 국정원의 최우선적 과제임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국경 없는 글로벌경쟁시대에서 산업정보를 지키고 수집하는 일은 곧 국익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탈냉전시대의 가장 중요한 정보기관의 임무가 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이 분야에 착안이 늦은 감이 있고 축적된 노하우도 경쟁국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나 염려된다.

집중적으로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국정원은 이처럼 이름뿐 아니라 내실 (內實) 도 새롭게 다져 정말 국민신뢰를 받는 정보기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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