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시아에 'ABM 협정 개정하자' 통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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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미국은 외부로부터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추진중인 '국가미사일방어 (NMD)' 계획과 관련, 72년 옛소련과 체결한 탄도요격미사일 (ABM) 협정을 재협상하자는 뜻을 러시아에 통보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ABM협정은 양국간 미사일의 수와 형태 및 배치를 제한하는 협정으로 미국이 미사일을 증가시키기 위해선 이 협정의 개정이 불가피하다.

이 신문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지난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이같은 뜻을 전했으나 아직까지 러시아의 반응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은 ABM협상이 타결에 이르지 못하면 미국은 이 조약에서의 탈퇴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의 NMD계획이 양국간에 유지되고 있는 전략균형에 위협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게 주지시켰으나,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양국간 외교적 마찰을 불러일으킬지 모른다고 이 신문은 전망했다.

특히 미국이 이 협정에서 탈퇴하면 다른 협정에 대한 미국의 공약이 의심받아 제2차 전략무기감축조약 체결을 위한 러시아 의회의 지지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NMD계획에 반대하고 있는 러시아는 벌써부터 다음주 러시아를 방문하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옐친 대통령과의 면담을 기피하고 있다.

◇ NMD 추진배경 및 내용 = NMD는 한마디로 미국 전역을 장거리 탄도미사일 공격에서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NMD체제 개발' 을 위해 이미 40억달러를 배정했다.

미국은 이어 20일 코언 미국 국방장관의 회견을 통해 'NMD배치' 를 위해 66억달러를 추가 투입, 2005년까지 NMD구축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 계획에 투입되는 예산은 모두 1백5억달러로 증가됐다.

NMD는 4단계로 구성돼 있다. 위성감지장치를 통해 미사일 발사를 확인하면 캘리포니아 등에 있는 조기 레이더를 통해 비행경로를 추적한다.

이어 알라스카주에 소재한 지상레이더를 통해 적국 미사일을 조준, 시속 2만5천km의 요격미사일로 대기권에서 격추한다는 것. 당초 미국은 NMD를 2003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은 갖고 있었으나 여러가지 기술적 문제 등으로 흐지부지됐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라크 등의 미사일 위협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인식하에 NMD체제 구축시한을 2년 연기하되 이때까지는 반드시 실현한다는 의지를 이번에 밝힌 것이다.

코언 장관이 이날 회견에서 미국에 대해 미사일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불량국가' 로 북한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북한의 대포동 1호는 미국이 예상치 못한 3단계 발사까지 포함됐다" 고 강조한 것도 이런 미국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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