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내각제 공론화연기'에 수위 고심하는 자민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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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민련은 청와대측의 '내각제 공론화 연기' 발언에 대해 발끈했던 전날과 달리 18일에는 신중한 태도로 대응수위 조절에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총재단회의는 '15대 국회 임기내 개헌' 원칙을 고수한다는 당론을 재확인하기는 했다.

곧 국민회의측에 내각제공동추진위 구성을 공식 제기하는 등 당차원의 내각제 추진 수순 (手順) 은 계속키로 했다.

지난해 10월 첫 회의를 가진 이후 중단됐던 당 (黨) 내각제추진위원회도 19일 전격 개최한다.

내각제를 할 경우 단원제.양원제 여부는 물론 의원 정수, 총리.대통령 선출방식의 골격을 이 회의에서 확정하겠다는 얘기다.

내각제 추진 사령탑인 김용환 (金龍煥) 수석부총재는 회의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헌은 양당 합의시한인 15대 임기내가 아니면 대세를 놓쳐 물건너간다" 며 "연기론은 하지 말자는 속임수" 라고 못을 박았다.

金수석은 또 "절박했고 간절했던 양당 합의의 초심 (初心) 으로 돌아가야 한다" 며 "합의시점인 97년 11월 3일에도 'IMF상황' 은 인지됐었다" 고 청와대측의 '사정변경론' 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런데도 이날 자민련의 전체적 분위기는 대응수위를 낮추는 쪽이었다.

총재단회의에서 정상천 (鄭相千).이인구 (李麟求) 부총재 등은 "당 입장을 확실히 해야할 시점" 이라는 강경론을 폈으나 이들 발언은 발표에서 생략됐다.

박태준 (朴泰俊) 총재도 대통령과 총리의 대화가 진행중인 터에 밑에서 왈가왈부하는 게 옳지 않다는 '신중론' 을 다시 주문했다.

'대통령 의중' 이 필연적으로 반영된 청와대측 발언인지라 자민련으로선 적잖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 당으로서는 꾸준히 내각제 절차를 추진하며 JP에게 힘을 실어주는 '차분한 접근' 이 격앙된 대치국면보다 득 (得) 이라는 고려를 한 듯하다.

정작 김종필 총리는 18일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용환 수석부총재는 "지난 16일 골프회동에서 총리는 '대전에 갔다왔더구먼' 이라고만 했다" 고 말했다.

'JP의 침묵' 에 대해 자민련내에서는 "당쪽에서 소신껏 발언해달라" 고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반면 총리실 주변에선 엇갈린 해석이 대두됐다. 한 측근은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 대결과 간극은 없으며 두분사이 얘기는 잘 진행중" 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또다른 측근은 "JP의 침묵은 태풍전야의 고요일 수도 있다" 고 했다.

최훈.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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