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허영숙 '사실상 MV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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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경쾌한 발놀림, 생고무 같은 탄력,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내뿜는 강한 점프슛. 지난 15일 끝난 핸드볼큰잔치에서 '공포의 외인구단' 제일화재를 준우승으로 이끈 '물찬 제비' 허영숙 (24) 은 돌풍의 근원이다.

허는 득점왕 (93골) 과 어시스트왕 (38개) 은 물론 우수선수상 및 베스트7까지 휩쓸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제일화재가 우승했다면 당연히 최우수선수 (MVP) 감이었다.

전북정읍 동신초등 5학년 때 화려한 고공플레이에 반해 운동을 시작한 허의 핸드볼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93년 신인상을 수상하며 '신데렐라' 로 실업무대에 데뷔했으나 1년 만에 소속팀인 조폐공사가 해체되면서 동성제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새 팀 동성제약도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를 넘지 못하는 바람에 97년 또다시 팀을 옮겨야 했다.

무엇보다 지울 수 없는 아픔은 93년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에 선발됐으나 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을 끝으로 1년 만에 태극마크를 반납한 것. 오른쪽 무릎과 허리부상이 결정적이었다.

방콕아시안게임에서 3연패를 달성한 동료들의 플레이를 TV로 지켜보며 남몰래 많은 눈물을 쏟았다.

허는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태극마크를 다시 찾아 시드니올림픽에 서겠다" 는 포부를 밝혔다.

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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