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KBS,암 다큐 의료계 항의에 방영보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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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KBS 3부작 의학다큐멘터리 '암은 정복될 것인가' 가 '비과학적인' 내용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13일 1부가 방영된 직후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로부터 강력항의가 잇따르자 KBS는 14일 '보완' 을 이유로 2회분 방영을 보류했다.

1부 방영분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된 내용은 인천 K한의원이 파동이론을 이용해 소변에서 암세포를 손쉽게 찾아내고 유명대학병원에서도 치료하지 못하는 말기암 환자까지 치료할 수 있는 약을 개발했다는 것. 물론 이번 방영취소 사태에 대해서 제도권 의학계가 대체의료에 지나치게 부정적인 편견을 지니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기본적인 확인과정을 소홀히 한 대목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먼저 검증절차가 거의 무시되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누군가 획기적인 암치료제를 개발했다고 주장할 경우, 그것도 기존 의학이론과는 동떨어지는 전혀 새로운 방법이라면 제3자의 공정한 검증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선 K한의원이 직접 자신의 연구결과를 '검증' 하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연출했다. K한의원이 '세계최초 성공' 이라며 제시한 증거는 5개의 샘플 가운데 암세포가 든 1개를 알아 맞히는 실험. 그러나 그것이 우연에 의한 일치가 아니라는 통계적 검증은 보이지 않았다.

출처불명의 파동이론도 문제다. 양방은 물론 한방에서도 파동이론은 근거를 인정할 수 없는 생소한 원리다. 암세포를 찾아내는 파동측정기와 파동원리를 이용한 치료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개발됐는지에 대한 설명도 전혀 없었다.

게다가 소변 속엔 간암이나 폐암 등의 암세포가 존재할 수 없다는 의학 상식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이 밖에도 폐암 '결절 (結節)' 을 '결전' 으로 오기한 점, 거슨요법이 기존 치료보다 5.5배나 암치료 효과가 높다고 소개한 과학잡지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은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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