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쇼크]G7·IMF '급한 불은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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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브라질 사태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의 심리적 공황상태가 14일을 기점으로 다소 진정돼가고 있다.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이지만 유럽.아시아 지역의 증시와 외환시장은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선 선진국들이 브라질을 반드시 살리겠다는 확실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는 시장의 요구를 반영하듯 각국 정상과 국제 금융기구들은 14, 15일 일제히 "브라질 사태는 곧 해결될 것" 이라며 강한 정상화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 (ASEM)에 참석중인 휴버트 나이스 국제통화기금 (IMF) 아태담당 국장은 이날 이규성 (李揆成) 재무장관과 만나 "브라질 외환위기는 한국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 브라질.중남미시장 = 상파울루 주식시장의 보베스파 지수는 15일 개장 직후 13.9%로 급등, 국제사회의 수습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브라질 증시의 회복을 장담하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14일 보베스파 지수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 의 신용등급 하향 소식이 전해지면서 9.97%가 폭락하며 이틀 연속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소동을 겪었다.

달러 유출 규모도 전날 (10억9천만달러) 과 비슷한 10억달러 (중앙은행 발표 기준) 를 기록했다.

이날 아르헨티나.칠레 등 주변국 증시는 2~4%의 하락세를 보였다.

◇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 = '삼바 파동' 의 여파가 급속히 가라앉았다. 15일 오후 유럽시장은 0.5% 안팎의 하락세를 보여 이틀째 안정세를 이어갔다.

14일 파리.밀라노 증시는 1% 안팎의 상승을 기록했고 런던.프랑크푸르트의 하락폭도 0.4~0.5%에 그쳤다.

그러나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14일 2.43% 하락했으나 브라질 사태의 여파보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상원 탄핵재판이 주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줄곧 1백13엔대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뱅크 보스턴의 외환책임자 제레미 펀드는 "투자자들이 브라질에서 빠져나가면서도 국제금융시장에 대해선 그다지 큰 우려를 하고 있지 않다" 고 분석했다.

◇ 서방의 적극적인 대처 =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부 부장관은 브라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17일 일본.중국 방문까지 취소했다.

또한 미.일 등 서방 선진7개국 재무장관은 13, 14일의 협의에서 브라질 사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법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브라질은 단기부채가 적어 문제없다" (엔리케 이글레시아스 미주 개발은행 총재) , "이번 사태는 하루 이틀내에 안정될 수 있을 것" (홍콩 창암퀴엄 재무장관) 이라는 등 투자자들의 심리적 불안을 무마하기 위한 진화성 발언도 세계 곳곳에서 이어졌다.

◇ 향후 변수 = 연방정부에 대한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이번 사태의 불씨를 제공한 미나스제라이스 주정부가 중앙정부와 정치적 타협점을 마련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19일 상원에서 금융거래세 기간 연장 및 세율확대 법안이 통과되는지 여부도 향후 브라질 사태의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IMF와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의회의 반발에 부닥쳐 상정조차 못했던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자연스럽게 IMF의 구제금융 자금이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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